하루 7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커피, 녹차 등 음료를 마신 날에는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가 다음날 오후에 그 여파가 몰려옵니다.
그러니까 바다는 늘 그만큼의 파도를 쳐야 바닷물의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법이니 낮에 평온한 날에는 밤 파도가 거세지는 것이라 봅니다. 이른바 총량제 하루치 파도침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강사님들 말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의 대화 단어 하루 총량이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대화나 통화를 들어보면 여성들은 상황의 표현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남성들의 경우 저녁 약속을 잡을 때 오늘 시간이 되는가, 아 되겠네 하면 끝입니다. 그날 저녁에 식당에서 만나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스토리를 가끔 몇 마디 주고 받고 술에 취하면 툭 털고 일어나서 악수하고 집으로 각자 가면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여성들은 며칠전에 저녁 약속을 잡으면서도 곧바로 저녁을 먹는 듯이 메뉴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입고 갈 옷을 꺼내보고 코디를 맞춰보고 다른 옷을 더 살피다가 이내 '입고 갈 옷이 없다'고 합니다.
정말로 옷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날의 드레스코드를 맞추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이 여성은 옷이 3벌이어도 30벌이어도 입고갈 옷이 없을 것입니다.
화성여자 금성남자이든 금성여자 화성남자이든 남자의 공통점은 남자들은 편하게 식당가서 만나고 술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고 여성들은 약속 한 번 잡으면 음식뿐 아니라 입고갈 옷, 핸드백, 벨트 등 다양한 요소의 고민을 스스로 만들어서 걱정하고 그것을 결국에는 하나의 행복 소재로 즐긴다는 것을 알아 주어야 합니다.
30대 여성 4명이 아웃백에서 메뉴를 의논하는데 20분, 주문하는데 10분이 걸립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의논하는 시간이 바로 행복이고 힐링의 시간입니다. 종업원과 메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면 절대로 포크를 들지 않습니다. 사진찍어 올리고 음식 나누는데 시간을 많이 쓰면서 즐거움을 간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여기에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도 외출하는 경우, 아는 분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트에 가서 두부 한 모, 무 한 개 사오는 쇼핑인데도 늘상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출하면서 옷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혹시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날 것을 염려한다고도 합니다. 설령 마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해도 그냥 평범하게 입은 옷으로 만나면 될 것입니다. 오히려 마트에 롱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으면 오히려 어색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여성들은 내가 입고 있는 옷으로 상대방이 공감하고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들이 입은 옷을 보면, 그 옷으로는 도저히 마트에 갈 수 없고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방송에 나오는 모델의 옷, 방송에서 판매하는 쇼핑채널의 모델이 입은 옷에 공감이 가고 사고 싶은 옷인가 봅니다.
남성들은 방송에 나오는 모델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여성들은 그 옷의 맵시를 살핀다고 합니다. 누구나 저 모델급이 아니니 그 옷 역시 모델이 입은 경우와 시청자 중 누군가가 입었을때의 느낌은 크게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에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는 소제목으로 2명의 體鏡(체경) 모습을 올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보면 같은 색상, 디자인의 옷인데 입은 사람에 따라서 느낌이 다른데 이 경우 역시 얼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거울에는 面鏡(면경), 체경, 眼鏡(안경)이 있습니다. 얼굴만 보는 거울은 면경이라 하고 몸 전체를 비춰보는 키큰 거울은 체경이라 하고 자신의 눈을 보는 거울은 안경인 것입니다. 그래서 ‘제 눈의 안경’인가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아무리 비싼 옷을 입었어도 얼굴에서 주는 그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서 옷의 색상이 주는 느낌이나 디자인의 아름다움이 달리 보인다는 뜻으로 풀어봅니다.
그냥 평범한 기성복을 입어도 모델이 걸치면 멋지고 비싸고 한 벌 뿐인 옷이어도 모델 아닌 이가 입으면 그냥 기성복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옷으로 얼굴을 피우려 하지말고 인자하고 친밀한 표정의 얼굴을 바탕으로 옷이 연결되는 아름다운 패션을 완성해야 합니다.
강의를 하거나 행사에 참여할때 입지도 않을 외투를 들고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의상 양복을 가져가기는 하는데 그냥 넥타이와 와이셔츠 차림으로 멋지게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역동적이고 화이팅이 넘치는 모습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윗저고리는 여성이 들고가는 핸드빽 정도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옷도 몸에 지니는 핸드백, 악세사리처럼 들고 가고 들고 오는 것으로 충분한 외투가 있을 것이고 투피스의 윗옷은 들기만 할 뿐 반드시 입어야 하는 것도 아닐 수 있겠습니다.
아름답게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겠으나 얼굴과 얼굴 표정과 몸짓이 아름다우면 옷도 따라가는 것이고 그리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입니다.
평범한 옷을 입고 친구를 만나면 대화가 편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자 합니다. 모델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듯 한 옷을 입은 경우에는 허리를 펴고 목을 세우고 말해야 합니다. 흐트러진 자세를 취하면 안되는 옷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편안한 옷을 입은 경우에는 느긋한 자세가 가능하고 숨넘어가는 웃음을 주고 받아도 무안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미스코리아 출전하는 옷을 입고 숨넘어갈 정도의 액션으로 웃으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크게 놀랄 것입니다. 반면 평범한 옷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깔깔깔 웃는다면 아이고 젊음이 좋기는 하구나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의전에서도 과공은 결례라고 합니다. 기관장이 차를 타고 도착하는 경우에 우르르 몰려가서 차문을 열고 인사를 하는 등 이른바 불가에서 말하는 야단법석을 떨어도 그것은 그들만의 리그인 것이지 주변의 시민들은 조소를 보낼 뿐입니다.
도무지 너희 사장이, 기관장이 그리도 높은 것인가 하는 반론이 默言(묵언), 默音(묵음)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기관장 관사가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간부가 달려가서 늦은 밤에 늦게 문을 열었다고 따질 일이 아닙니다.
우리 대장님이 아파트에 사시는 경기1가2000번 차량을 직접 운전하시는 분인데 늦게 오시더라도 발빠르게 문을 열어달라 부탁하면 될 일입니다. 총무과장 법인카드는 이럴 때 쓰라고 준 것입니다.
이제 아침을 열면서 불필요한 패션 코디를 우려하는 생각, 남성과 여성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언어의 양, 행사장에서 目睹(목도)하는 과공은 결례가 되는 경우 등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서 몰려오므로 이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글로 적어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패션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정말로 옷은 추위를 막거나 최소한의 사회생활의 예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사람들은 늘상 상황에 맞는 패션과 코디를 고민합니다.
최근 방을 옮기면서 보니 새옷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옷이 많습니다. 아내와 딸이 옷을 사주려 하는 경우 ”105, 안사!!!“라고 답합니다. 싸이즈는 105이지만 그 옷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지만 두 여성은 절반정도 승낙임을 관례로 알고 있습니다.
사는동안 우리는 책은 더러 반납하고 신발도 오래되면 헌신짝이 되기도 합니다만 요즘의 옷감은 질이 좋아서 오래가고 구겨지지도 않아서 15년이 지나도 입을 수 있습니다.
체중은 변하지만 체형은 불뚝배 이외에는 변하지 않으니 숨을 조금만 안으로 쉬면 오래된 셔츠도 입을 수 있고 대부분 옷들이 늘어난 체중을 감당할 정도의 유격을 아직도 유지하는 탄탄하고 보슬보슬한 재질이어서 다행스럽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적정하게 맞춰나가는 것이지 일거에 혁신적으로 변화시크는 것은 또 아닐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오늘의 생각 정리를 마감하고 신명나게 하루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오늘을 맞이하는 고마운 마음을 여기에 담아 보관하고 보존하고자 합니다.
거듭 생각해 봅니다. 40까지의 얼굴은 부모님 덕이거나 탓이라 하지만 이후의 모습은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하니 옷으로 얼굴을 바꾸려하기 보다는 지성과 품성으로 얼굴표정을 만들고 그 얼굴을 바탕으로 편안한 옷도 돋보이게 하는 魔術(마술)을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