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월과 월사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8. 달력의 월과 월사이 ▤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달력의 마지막 부분을 12월 머리위에 붙이고 11월을 보내면서 12월을 맞이합니다. 2022년이라는 멋진 숫자를 가진 올 한해를 바쁘게 보내고 새롭게 2023년이라는 다소 생소한 한해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물론 매년 12개월은 계절 4가지와 함께 늘 찾아드는 시간의 흐름이었지만 올해만큼은 나름 다양한 경험을 한 한해이기에 그 월과 해를 보내는데 보람이 크고 아쉬움도 많습니다.

전에는 매년매년 사무실에서 수첩을 받아 일정을 정리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체크하였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스스로 수첩을 구매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얻어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참 이상한 일이다 생각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민간인이 되었더라는 말입니다.

 

이전에는 학생이었다가 불쑥 공무원이 되어 대략 다 합치면 42년동안 그렇게 매년 매해를 보내왔으니 불쑥 민간인 신분에서 기존에 누리던 호사를 모두 떨쳐내고 그냥 혈혈단신이 광야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관리하고 일정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던 것은 사실인데 이 역시 시간이 가면서 물동이에 물감을 뿌린 듯 스르르 퍼져나가서 이내 흔적없이 사라지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세월이라는 것은 본래 지구를 포함하는 우주속의 존재인 것인데 그 안에서 인간이 잠시 살아가고 멈추고 사라지는 것임을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파라오, 임금, 장군, 영웅 등 모든 이들의 존재는 남아있는 듯 보이지만 그 자신은 어디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임을 지금 이시대를 사는 모든 인간이라면 알아야 합니다.

 

100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1,000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내지 말 것이며 그래도 80년을 살 것인데 미리미리 포기하지도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대로 주어진 삶의 기간을 살아가는 것이 운명인 것이고 주변의 더 어렵게 살고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자꾸만 주변의 사람을 시샘하고 그만하지 못함의 이유로 자신과 조상을 탓하여도 달라지는 것이 없단은 말을 합니다.

 

지금 주어진 당신의 삶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자세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내일을 준비하면서 2022년을 알뜰하게 보내고 새롭게 받게되는 2023년의 12개월 365일을 알차고 보람차게 맞이하고 살아가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로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무원이 업무가 힘들다고 자살을 하고 회사원이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정신과를 다닌다고 합니다. 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이런 불협화음의 문제가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가 봅니다.

 

견해의 차이로 부부가 다투고 생각의 격차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고 이것이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신에 어려움을 준다고 합니다. 개인이 견뎌내야 할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물로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가 1년에 한두번 다른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제길을 가고 있는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니 동종의 선후배와 자주 만나서 상태를 점검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공직 내내 선배, 후배, 동료들과 술을 마시면서 업무 이야기를 한 것은 혹시 머리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이었나 봅니다. 흔히 술 한 번 쎄게 먹고 머리를 리셋시킨다고 그랬지요. 아 그랬어요. 힘든 관리자가 소속 공무원을 힘들게 한 사례를 적으면 책이 여러권 나올 일이겠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한 분은 스트레스를 주시고 다른 분은 그것을 풀어주시고 몇 분은 주변에서 살펴주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잘 이겨냈더니 자율성이 아주 높은 부서로 전근이 되어서 오히려 관리자의 보살핌이나 적당한 관리와 통제를 기대하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인생이든 직장이든 부족하면 채워나가야 하고 과하면 덜어내야 하는가 봅니다.

달력은 인간이 만든 기록장이고 그것은 지구상의 4계절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가는 공전의 나날을 관리하는 시간관리의 중심이 됩니다. 3월부터 5월은 봄이라 하고 6월, 7월, 8월은 여름이라 하며 9월 10월 11월은 가을이고 12월부터 1월과 2월은 겨울입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입니다. 봄에는 식물의 줄기에 물기가 올라라고 잎새가 자라고 여러가지 식물이 꽃을 피웁니다. 식물에는 1년생 초화류와 다년생 수목류가 있습니다.

씨앗으로 종족을 이어가기도 하고 뿌리로 해를 연이어서 잎과 꽃을 피웁니다. 나무로된 식물은 그몸 그대로 겨울을 지낸 후에 초봄부터 잎을 싹 틔우고 꽃을 피운 후에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하지만 조물주는 모든 식물의 개회시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초목마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를 관리, 통제하는 줄 압니다. 그래서 봄에도 먹을 것이 있고 여름에도 수확하고 가을에는 秋收冬藏(추수동장)을 합니다. 그리하여 봄, 여름, 가을동안 먹고 살다가 겨울에는 저장한 식품으로 살아갑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하시겠지만 이같은 자연의 원리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얼마만큼 감사하고 있나요. 자연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당연시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연의 혜택을 잘 알아야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연의 과실은 우리가 따먹으라고 나오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닭의 계란은 인간에게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닭도 역시 종족을 이어가고자 산란을 하고 품어서 병아리를 키워내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산란즉시 약탈해 가므로 닭의 수는 늘지 못하였고 인간을 위해서 기계 병아리를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시골집 사람들이 양계를 했습니다. 기계 병아리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기계 병아리'이니 뼈속에 금속이 들어있는 병아리인 줄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화장에 유정란을 넣고 21일 동안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면 병아리가 깨어난다는 것입니다.

그 병아리를 사 와서 사료를 먹여 키우면 큰 닭이 되고 이를 장에 팔거나 보양식 삼계탕으로 먹게되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에는 온도를 높게 두는 바람에 기계 병아리 수백마리가 모두 죽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다시 기계 병아리를 추가로 사와서 잘 키웠습니다.

 

풀 계통의 인간이 나물이라 칭하는 식물들도 역시 가축에게 먹히거나 인간의 식탁에 반찬으로 올라오기 위해 성장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능이 있는가 몰라도 식물중에는 인간, 동물의 이동성을 활용하여 씨앗을 퍼트리는 종류가 있습니다.

깃털을 매달아서 바람을 타고 씨앗을 날리는 경우가 있고 뾰족한 갈고리를 씨앗을 표면에 만들어서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걸려서 원거리를 이동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씨앗이 옷소매나 바지에 달라붙은 것을 확인하면 이를 떼어내어 풀밭에 뿌리게 됩니다.

 

겨우살이라는 기생식물이 있습니다. 한겨울에 푸른 빛을 띠는 나무 종류인데 스스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 다른 나무의 가지에 뿌리를 박고 양분을 얻어서 성장하고 씨앗을 맺습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뭇가지에서 생장한 후 씨앗을 만들고 그 주변에 접착력이 있는 진액을 뿌려줍니다.

이때 새들이 날아와서 붉은 색의 겨우살이 씨앗을 먹게되는더 더러는 발과 부리에 붙어서 다른 나무가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새의 다리에 붙은 씨앗이 새가 날아서 다른 가지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지에 자리를 잡습니다. 새가 부리에 묻은 씨앗과 진액을 나무가지에 문지르는 세수를 하는 과정에서 가지에 붙게 되기도 한답니다.

이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나뭇가지에서 양분을 받아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인가 겨우살이는 새들이 앉기에 적당한 굵기의 가지에서 생장합니다. 새들이 씨앗을 이동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확증이기도 합니다.

 

시간과 세월속에서 식물, 수목, 동물이 자라고 성장하고 터전을 마련하게 됩니다. 긴 역사를 관통해서 면면히 이어가는 식물이 있고 恐龍(공룡)처럼 일시적으로 번창했다가 滅種(멸종)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는 초식동물로서 거대하거 성장하는 바람에 환경에 대응하는 역량이 부족해 졌다고 합니다.

혹은 지구에 엄청난 화산폭발이 일어나면서 녹색식물이 감소하였고 대기중에 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에는 멸종했다는 것입니다. 공룡의 숨쉬기 방식이 다른 동물과는 달리 어렵게 되어 있어서 화산폭발로 공기가 탁해지니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룡이 사멸하기 전에 형성된 보석 琥珀(호박)안에는 당시의 곤충류와 함께 공기 氣泡(기포)가 들어있었습니다. 이를 과학자들이 조사분석한 결과 공기중 산소량이 아주 높았다고 하는 것이고 이후 화산재와 연기로 공기가 혼탁해지고 녹색식물의 성장이 감소되면서 대기중의 산소량은 더더욱 줄었다는 것이지요.

쉬운 연구는 아니지만 흥미를 끄는 과학이야기입니다. 호박속에 담긴 공기 방울로 당시의 공기 중 산소량을 측정하겠다는 생각을 한 과학자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엄청난 연구도 있겠지만 그런 과학적이고도 흥미로운 접근을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긴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원시시대에도 현대와 같은 문명을 바탕으로 인간이 살았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주 오랜 과거에 살았던 인류가 이룩한 과학적 지식이 오늘날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타, 정보처럼 느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려청자의 비법은 말로 전하여 기억으로 익힌 지식이었고 그래서 스승과 제자로 이어지다가 스승이 급사하는 경우 그 가마의 靑磁(청자) 기술은 사라지고 말았다 합니다. 절반 정도 습득한 제자의 기억으로 다시 청자를 만들어야 하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던 것입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제조법이 글로 전해졌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명품의 도자기 생산국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 지식은 부분적이거나 제한적이어서 일반적인 도자기술로 고려와 조선을 관통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임진왜란에 우리나라 도공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기수를 전파하였다 합니다. 강제로 끌려간 것이라 합니다. 긴 세월동안 마을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대를 이어왔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부모의 직업을 이어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는 농업에서 상업으로, 9급 공무원에서 고시 공무원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열망에 따라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됩니다. 농사를 지어서 학비를 대는데 소가 함께 일하므로 대학을 '象牙塔(상아탑)'이라 하면서 더러는 '牛骨塔(우골탑)'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힘들게 농사지어 학비를 대는 부모님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학에서 소뼈로 탑을 쌓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속에는 아마도 과거에 부잣집 자제들이 공부보다는 멋을 내는데 치중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인가도 생각됩니다.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다양한 흥망성쇄의 과정을 거치면서 흘러왔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역사를 아는 민족은 흥한다는 말은 그만큼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 봅니다. 그러니 역사를 모르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도 흐릿해질 것이니 큰 성공을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보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보람을 얻고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냥 하루를 산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기록을 하루 더 축적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가려는 자신의 노력을 그 위에 추가해야 합니다. 늘 미래를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세월속에서 자신의 건실함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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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