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금색 반짝이는 동전을 발견하고 얼른 주웠습니다. 10원짜리 동전입니다. 2016년에 발행된 다보탑이 새겨진 한국은행의 동전입니다. 이날 습득한 10원짜리 동전 디자인은 2006년 12월 18일부터 발행되었습니다. 이전의 10원짜리 동전 발행일은 1966년 8월 16일부터입니다. 이전에는 종이돈 10원짜리가 큰일을 하였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고액권이었습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동전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지름 18.0mm, 무게 1.22g, 구리 48%, 알루미늄 52%에 도안소재는 다보탑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손바닥에 동전이 들어오는 순간에 골프 경기 중 마킹이 생각났습니다.
잘 아시는 바대로 마지막 퍼팅을 하기 전에 골프공에 묻은 모래나 먼지, 물기를 닦고 퍼팅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잠시 공을 내손에 이동시키면서 그 공의 자리를 표시하는 것을 '마킹'한다고 합니다. 홀컵에 가깝게 임의로 공의 위치를 옮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룰인 줄 압니다.
신사적인 스포츠라 자부하는 골프는 스스로 스코어를 적고 경기를 마친 후에 양심껏 스코어를 적어내면 선수 기록을 바탕으로 최종 성적을 확정한다고 합니다. 골프 심판들은 선수 본인의 타수를 더 적어내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줄여서 내면 실격 처리한다고 합니다. 비신사, 비숙녀적인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비숙녀적'이라는 말을 만든 이유는 국내외 경기에서 여성선수들의 성적이 높게 나오기에 그리 한 것입니다. 우승하기에 충분한 타수를 기록하고도 한 타를 줄여서 적어내는 바람에 실격한 예도 있다 들었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을 골프경기 마킹용으로 쓰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하다 보니 동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965년 어린 시절의 10원에 대한 생각이 들어서 더욱 더 미안했습니다.
지금은 작은 엽서 한장도 100원이 넘을 것입니다. 우표가 인쇄된 관제엽서는 500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에는 1원이면 도화지 2장을 살 수 있었습니다. 1965년 자장면이 60원이라는 가격표 사진을 검색했습니다. 물가, 인플레이션을 비교해보면 대략 60년 전 60원은 2023년 7,000원입니다. 좋아하는 삼선짜장은 9,000원이니 150배가 올랐습니다.
이 10원짜리 동전을 1965년에 습득했다면 1,500원을 얻은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다 해도 1,000원짜리 이황선생님 지전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3장이면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1965년 당시의 10원이면 지금의 1달러보다 큰 금액이라는 환율평가가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동전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1원짜리 동전은 1966년 8월16일에 발행되었고 도안은 무궁화입니다. 5원짜리에는 거북선이 새겨졌으며 1983년생입니다. 10원짜리는 1966년 8월부터 나왔으며 앞서 소개한대로 다보탑이 그려진 황금빛 동전입니다. 50원짜리부터 동전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들어가는데 109개이고 벼이삭을 새겼습니다.
100원짜리 동전의 톱니는 110개이고 이순신장군을 만날 수 있으며 가장 큰 동전 500원짜리에는 학이 새겨져있고 1982년 6월에 나왔으며 톱니는 120개입니다. 종이돈 중 현행의 1,000원권에는 이황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는데 1975년 8월에 처음 나왔습니다. 5,000원권의 출연 인물은 이율곡 선생님이며 1972년 7월에 발행되었고 10,000원짜리는 1973년에 시작되었으며 세종대왕 사진을 넣었습니다.
2009년 6월에 출연한 50,000원권에는 신사임당을 모셨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동시대에 화폐인물로 출연한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서민들이 자주 쓰는 소액의 동전이나 액면가가 낮은 종이돈 일수록 더 유명한 역사적인 인물, 국민을 사랑한 인사를 모델로 모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원에 이순신, 1,000원에 이황, 5,000원에 이율곡, 10,000원에 세종대왕을 모셨고 50,000원에는 최초로 여성 신사임당을 모시고 있습니다. 비자금으로 악용되거나 지하경제로 스며든다는 우려 때문에 100,000원권 지폐의 발행은 검토사항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김구선생님을 모시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길가에서 습득한 10원짜리 동전을 인연으로 해서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동전과 지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1원짜리 종이돈, 10원짜리 종이돈을 쓴 기억이 납니다. 1965년 전후의 돈은 모두 종이돈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상평통보 등 엽전은 발로 차는 제기를 만드는데 쓰다가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조선시대의 동전을 잘 간직했다면 큰 가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은행권인 지전과 동전 액면가를 모두 합하면 얼마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전과 종이돈 10가지를 모두 합해보니 66,666원입니다.
10억, 100억, 1조, 2조는 서민과는 무관한 금액인 것이고 서민을 힘들게 하는 돈이라는 것도 다 합쳐야 7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신용카드, 모바일로 거래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10원짜리 동전은 관심의 대상도 아닌 줄 생각합니다. 하지만 10원짜리 종이돈 한장으로 도화지, 연필, 지우개를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아 주머니에 소중하게 간직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가슴속에 따스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동전을 서랍에 넣고 들어다봅니다. 골프장 마킹용으로 쓰기보다는 추억으로 가슴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