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장보기

최근에 석좌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건물 7층에 햄버거 가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햄버거를 주문한 젊은이들이 예약시각 햄버거 가게가 있는 7층 건물의 현관에 와서 7층에 있는 가게를 올려다보며 사인을 보내면 즉시 비닐 낙하산에 매단 햄버거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것이다.

 

 

건물 7층은 1층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업주에게 유리하고 젊은 손님들은 늘 1층에서 만나는 햄버거 가게보다 7층에서 비닐 낙하산에 매달아 던지는 햄버거를 받아먹는 이벤트 가게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25년 전에 이와 비슷한 아이템이 있었다. 1994년경 우리 부부 쌍둥이 남매가 4살이던 시절에 주공아파트4층에 살았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아내는 밀린 일을 보기 위해 외출하였고 아이들과 셋이 있는 상황에서“딸랑딸랑” 鐘을 흔드시는 두부장수가 오면 두부 한모를 사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만 집에 두고 밖에 나갔다 오기에는 걱정되고, 엄마 아빠 아무도 없으면 아이들이 놀랄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아이디어를 냈다.

 

일단 두부장수 딸랑이가 들리면 베란다로 나가서 큰소리로 외친다. 사장님! 여기 두부 한 모 주세요.

 

사장님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두부 한모 달라는 외침 소리만 들린다.

 

여기요 4층입니다.

 

사장님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웬 남자가 베란다에서 두부 한 모를 주문한다. 턱을 올리고 고개를 들어 4층을 바라보시는 그 두부장사 아줌마의 표정이 참으로 애매하다. 두부 한모를 4층까지 배달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 하는 표정이다.

 

이때 들고 있던 바구니를 휙 던진다. 미리 빨랫줄 길이를 4층 바닥에 닿을락 말락하게 맞춰두었으므로 빨래집게에 1천원을 물린 채 바구니가 1층으로 내려지는 것이다.

 

두부 한 모를 담아주고 400원 거스름돈을 바구니에 넣고 1천원을 받는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당기라는 신호다.

 

줄줄줄 줄을 당기면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아파트 4층 베란다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아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하다고 하면서 말렸지만 몇 번 시도하는 것을 보더니 나중에는 아내도 딸랑 소리가 들리면 1천원을 바구니에 넣어서 두부를 사 올렸다고 한다.

 

작은 아이디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이다. 이제 몇 년 안에 두부는 물론 피자와 치킨이 드론을 타고 와 우리 아파트 창문을 두드릴 날도 멀지 않았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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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