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보도1999#C랜드#슬픈시3편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1999년 6월 30일에 화성 C랜드 화재사고가 났습니다. 서울집에서 TV를 본 경기도청 J공보관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이 촬영한 필름을 입수하였습니다. 다음날 화재 현장 사진이 언론에 제공되었습니다.

 

대형 사건 현장에는 늘 비디오카메라를 든 소방관이 사건사고 현장을 촬영하는데 방송기자간에 이 필름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있었고 며칠 후에는 촬영 소방관을 불러 방송된 화면이 본인이 촬영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소방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돌아갔습니다. 사실 화재현장에서 활활 불이 타오르고 교사, 어린이 등이 들것에 실려나오고 한편에서는 불을 끄는 상황에서 제대로 안정된 자세로 촬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장면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방송국은 화재장면을 다른 화재발생 자료 화면으로 쓰고 다른 방송국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화재뉴스를 보도하였습니다. 훗날 우연히 만난 당시 상황을 들었다는 카메라 감독의 말로는 사고당시 방송에 보도된 화면은 소방관 촬영장면이 아니었고 학부모가 홈비디오로 촬영한 것을 어느 기자가 입수했다고 들었습니다.

 

언론의 경쟁은 사건사고, 정책의 취재에서 시작하여 현장사진, 촬영필름 등 모든 것이 특종과 낙종사이를 오가는 치열함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사건도 동일한 정책도 받아들이는 기자, 언론인, 카메라 감독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방송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 취재기자와 촬영감독, 데스크, 보도국 간부들의 생각도 여기에 심어진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미리 알고 조금이라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당시 홍보기획팀장으로서 화재수습 상황실에서 일주일을 근무하면서 그 상황과 머릿속에 그려지는 정경을 적은 시 3편을 여기에 싣습니다. 제가 초보 시인이라 자칭하면서 마음을 담았다고 강조하는 글입니다.

 

[아픈 이야기 - 詩 3편]

 

1. 남은 자가 할 일은

 

그들에게 우리가 줄수 있는 건

한두줌 흙과 몇방울 눈물뿐이었어

어둠속 알 수 없는 공간이 조여들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얼굴

그것은 짧지만 아득한 공포

일상의 생활을 벗어나 작은 기쁨안고 온곳이

돌아갈 수 없는 어둠의 그늘속

그것은 남은 엄마의 눈물

두꺼운 안경속 아빠의 슬픔

철없는 동생의 표정없는 얼굴

 

남은 자가 할 수 있는 국화 향으로

그 깊은 어둠을 밝힐 수 있을까

그들이 가는 길앞에 뿌리는 우리의 눈물이

으스러진 발목과 얼굴의 오체를 돌아오게 할까

검은 영정만큼 새까맣게 타버린 어린 육체를

누구의 눈물로 씻어내 뽀얗게 할까

 

손톱빠진 고사리손은 누구의 흐느낌으로 펴지게 할까

얼어붙은 입술 녹여줄 엄마는 찾을 수 없네

 

남은 자가 지금 하는 일은

누가 불을 내고 누가 사람을 구하고....

어둠속에서 아들 딸을 안아올려 엄마품에 보내고

또다른 암흑속 잧고 헤메어 아빠에게 안겨주고

먼저 떠나 노모 실신시킨 불효자 되고만 그는

그렇게 사랑하던 제자모습 보이지 않는

저곳에 묻힌 그는

검은 리본 나풀거린 영결식 정든 교정을

어찌저리 쉽게 나섯을까

 

남은 자의 할 일은

그렇게 그렇게 눈물 조금 흘려주고

돌아와 나 잘하고 너 못하고

 

열흘 밤낮을 지새운 엄마아빠 빈가슴은

눈물로 메울까 아픔으로 채울까

이 밤을 함께 새워 이 고통 나눠볼까

내일 밤을 함께 밝혀 그 아픔 같이 할까

 

 

2. 우리가 남아야 하는 이유

 

하얀 꽃잎을 빗물에 띄우고

옷자락에 배인 눈물 빗속에 섞으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잔가지 상처 감싸려는 것도

나목의 껍질 부퉁켜 안고 울려는 것도

삼베 보자기 한자락 덮고

가을 낙엽처럼 강물따라 흘러가는 것을

잡히지 않는 그림자인 것을

밟을 수 없는 흰구름인 것을

 

차마 보낼 수 없는 너를

누구를 불러 돌아오게 할까

어느 방을 열어 안아내 올까

무어라 외쳐 다시오게 할까

남아야 하는 이유도

떠나가는 사연도 남길 겨를 없이

한순간 폭풍의 끝자락을 보니

남은 것은 너와 나의 이별뿐

 

잠들어도 눈감지 못하고

울어도 눈물 없이 흐느끼는 것은

그래도 이 자리에 남아서

설움의 뒷모습 보라하고는

부서진 육신을 내려다보는 나비가 되려니

깨어진 가슴속 빈자리를

텅 빈 마음으로 채워야 하니

남기고 갈 것이 그렇게도 없더면

그림처럼 잠든 얼굴 한 번만 보여주렴

 

3. 네가 떠난 후에는

 

그렇게 가슴을 쓸어내며

네가 떠난 후에

연약해진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니

 

눈을 떠도 보이고

감아도 눈에 밟히는 네 얼굴을

지우지 못한 채 그날을 기다리니

 

그 날이 내게 찾아와 너를 만나려 할 때

어느 사진 가슴에 품어 가야 하겠니

사각모 초롱한 네 얼굴을 가져갈까

돌사진 비단옷을 들고서 갈까

배냇저고리 고름 장롱뒤져 꺼내서 갈까

 

이 자리 이별 서러워 하는데

너희들 세상은 어디쯤 있을까

가는 길 우리 흘린 눈물 가져다 뿌려주면

방울방울 찾아내어 너 말나러 갈까

 

너 떠난 이 자리에 피운 향으로

보름 밤낮을 피우고 또 태우면

밤길 너 찾아 갈 수 있을까

새하얀 국화향을 따라서 가면

너 머문 저 하늘 길 내게도 보일까

 

<이강석/1999년 화성 c 랜드 화재 대책 상황실에서>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