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분석#모니터#스크랩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2014년 신문방송 스크랩 기술은 첨단입니다. 신문 스크랩은 화면에 들어가 원하는 기사를 클릭만 하면 곧바로 그 기사문을 다운 받을 수 있고 이 파일을 편집하고 게시판에 올리고 프린터로 출력도 할 수 있습니다.

 

TV방송내용도 인터넷 기사를 다운 받거나 아예 동영상을 내려받아 보고서로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고 시공을 초월하는 첨단 과학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1988년에는 종이신문과 TV방송, 라디오 방송이 주류였고 대부분 아나로그방식으로 스크랩을 하여 보고서로 제출하였습니다. 공보실 직원들은 아침 7시전후에 출근하여 신문 한아름을 안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신문별 담당이 있어서 1면부터 32면까지 살펴 경기도에 대한 기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스포츠면에 '경기'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를 보고도 '경끼'를 하는 것입니다. 초임 공무원은 스포츠면 '경기'가 나온 기사를 칼로 오려온 경우도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경기도 관련 기사를 모두 찾아내 정리하고 나면 이번에는 TV보도 내용을 적어야 합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TV내용을 전해주지 못하므로 뉴스가 훅~~~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VTR실이 있어서 녹화된 부분을 찾아내야 하지만 당시 스피드가 생명인 상황에서 다시보기를 튼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TV뉴스는 전날 저녁 9시40분경 나오기도 하고 대형 사건 터지는 날은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는 수도권뉴스를 열심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공중파 KBS, MBC가 9시에 뉴스를 하고 SBS는 1시간 빠른 뉴스라면서 8시에 시작합니다.

 

이 시간대가 공무원이 저녁을 먹거나 소주한잔 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여 KBS를 봅니다만 가끔은 주인집 아들녀석이 EBS로 공부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아내는 남편 술 먹으며 KBS 보는 시각에 MBC를 모니터링 합니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KBS아침 뉴스가 진행되는데 사무실 도착 즈음에 수도권 뉴스가 나오므로, 즉시 집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아침 뉴스내용을 받아적어야 합니다.

 

1990년 윤홍기 계장님은 저의 아내도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사무실 직원이라면서 두 번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직원 야유회에도 아내만이 초청을 받았지요. 1박2일 여주에서의 야유회 추억을 아내는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인가요, 요즘에도 뉴스에서 행정소식이 나오면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 카카오톡에 알려줍니다. 여러 해 이어온 습관이 지금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젊은 시절부터 엄청난 내조를 받은 바입니다. 아침 뉴스는 대부분 챙겨 주었고 3개 방송이 수도권 뉴스를 내보내는 시간대도 대충 감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쯤해서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시는지요. 1988년경에 임사빈 지사님이 '임두목', '임꺽정'이라는 별칭으로 우직하게 멋지게 도정을 이끄셨지요. 그날도 15명 정도가 열심히 아침 스크랩을 완성하였습니다.

 

표지, 목차, TV보도내용, 중앙지, 지방지 순으로 정리한 스크랩을 비서실에 보냈는데 표지에 늘 임사빈의 "빈"자를 써줌으로써 스크랩이나 보고서를 읽으셨다는 표시를 하시는데요 이날 스크랩의 "빈"자가 아주 크게 휘갈려졌습니다.

 

이유인즉 잘 정리된 스크랩 표지만이 거꾸로 편철된 것입니다. 표지를 잡고 싸인을 하시면서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거꾸로 편철된 것을 보시고 싸인펜이 휙~~하고 휘갈겨진 것이지요.

 

그날 하루 종일 문화공보담당관, 보도계장, 차석 등 모든 공무원들이 마음이 싸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쥐구멍에 들어가거나 몇 사람은 귀양이라도 갈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두목 임사빈 지사님은 이후에도 공보실 근무자들을 지극히 격려하시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임 지사님도 내무부에서 언론인들과 냉면대접으로 소주·맥주를 드시던 임꺽정이었으니까요. 공보관을 떠나 국장으로 가도 기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웠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1988년이 엇그제 같은데 살살 따져보니 제나이 30대였고 이제는 50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스크랩에 대한 기억은 늘 생생한 몇 년전의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습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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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