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응법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이 세상에 나쁜 기사 없고 좋기만 한 기사도 없습니다. 모든 기사는 그 속에 起承轉結(기승전결)이 있고 生老病死(생로병사)가 존재합니다. 한 건의 기사에는 그 주의 해당기관 스토리가 담기게 됩니다.

행정기관에서 나오는 보도 자료를 해석하는 경우의 수는 그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의 수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아직 얼굴을 못 본 인터넷 기자, 내근 기자들이 우리의 보도자료를 참고하여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나쁜 기사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한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설명하여 우리 측 의견이 기사에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는 늘 양쪽의 의견을 들으려 합니다. 이른바 반론권을 인정해야 그 기사로서의 형식이 갖추어 지기 때문입니다.

 

가끔 방송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상대편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거나 통화는 되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것도 반론권을 인정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입니다.

 

여하튼 기자가 취재하는 것이 감지되면 여러 가지 방법과 방식으로 대응 하여야 하는데 초기 단계에는 취재기자만 접촉하여야 한다. 큰 건이라면 그날 아침 데스크 편집회의에서 사회면 면 톱으로 잡고 취재지시를 한 것이겠지만 잘잘한 경우에는 출입기자가 한건 올리고 싶어 이리저리 탐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본사의 부장, 차장을 상대로 취재를 막으려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데스크도 모르게 출입기자가 시작한 일을 이쪽에서 언론사에 스스로 알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취재기자는 본의 아니게 상세한 취재를 계속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출입기자나 사회부 기자의 취재가 마무리된 듯 하고 그 취재가 데스크의 지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 취재기자의 양해를 얻어 본사 인맥을 통해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스크 차장이나 부장과 대화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하게 짚어야 하는 것이 평소의 敦篤(돈독)한 유대관계 입니다. 언론 보도는 때로 보험에도 비유됩니다. 즉 사고가 나기를 바라며 보험을 드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평소 작은 돈으로 보험에 가입하여 매월 불입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나도 30만원 미만의 수리는 보험 처리하지 말고 자비로 지불하라 하던데 작은 사고에 보험을 쓰면 혜택도 없이 보험료만 올라간다고 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 데스크 지인은 큰 사건에 쓰는 것이고 잘잘한 취재 건은 그냥 맞아버리는 것도 전략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조간에 기사가 터지면 더 이상 어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사 나고 인터넷에 올라가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어필하고자 한다면 오전 9시 반 이후 10시경에 전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9시 이전에 전화를 하여도 통화가 어렵고 어제 늦은 시간까지 기사 쓰고 편집하고 교정을 보느라 늦게 퇴근한 우리의 기자가 전화를 쉽게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9시~10시 까지는 본사에서 편지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나면 그 건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노력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건에 대한 보도내용을 차분히 냉철한 가슴으로 분석해 보면 무조건 나쁜 기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기사의 行間(행간)을 읽어보고 취재기자가 제기한 지적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맞는 부분이 상당하거나 아주 큰 틀에서 좋은 방향을 잡아준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더러 감정적 기사가 있겠지만 이는 그 기자가 평생 감당해야 할 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의 기사라면 그냥 맞아 주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기사 건으로 담당 기자와 친밀해지면 다음번에는 우리 부서의 좋은 행사를 크게 홍보하는 기회를 얻는 수업료, 보험료로 생각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기자의 세계도 사람 사는 곳이니 상호 접촉하고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친밀해 지고 싸운 후에 친구가 되고 작은 기사가 예방주사가 되어 더 큰 병을 막아주는 소득을 얻게 되는 일, 참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공무원이여 기자와 친해지라. ‘불가근 불가원’이 아니라 멀어도 좋고 가까워도 좋은 그런 기자를 2~3명 사귀어 둘 필요가 있음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그것이 공직 발전의 지름길이고 언론을 이해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智慧(지혜)임을 이제야 깨닫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나쁜 기사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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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