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08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108배를 올리고 다시 한번 더 108배에 도전하였습니다. 정수리에서 흐른 땀이 가슴을 타고 배로 내려갑니다.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보니 여름이 멀지 않았나봅니다. 한겨울에 절을 하면 관절이 차갑다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노골노골해진 후에 허벅지 속에 뼈가 느껴지는 과정으로 절하기가 마무리됩니다만 늦봄, 초여름에는 80배에서 땀이 뭍어나고 100배에 이르면 주르르 흐르게 됩니다. 이마에는 땀이 벌벌 거리는데 이는 통통한 일벌이 꽃에 주둥이를 디밀고 열정적으로 꿀을 빨아먹는 형상을 상상해봅니다.

 

 

정말로 땀이 벌벌 나는 것은 마치 벌이 몸통을 흔들면서 꿀을 따는 모습과 유사하므로 그렇게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땀을 벌벌 흘린다인데 더 강조하다보니 뻘뻘 땀이 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벌벌이든 뻘뻘이든 갯뻘이든 216배를 하고나면 온몸에서 땀이 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차분히 자리에 앉으면 새벽 맑은 호수위의 안개처럼 수많은 어휘와 단어들이 떠오르고 그물망 없이도 그 말들을 모아서 여기에 차례로 정리정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하기의 묘미가 있음을 강조하게 됩니다.

 

영화 마라톤에서 초원이는 코치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서 열정적으로 달려갑니다. 얼룩말이 나오고 어느 공간에서 일어난 힘든 시절의 모습을 파노라마 영상에 올려놓고 그 중간을 달리는 주인공이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면서 화면속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 여러번 나옵니다. 코치는 초원이에게 어느정도 달리면 비가 온다고 말합니다. 비가 오는 것은 아니고 결승선 10km쯤에 다다르면 물을 뿌려주는 구간이 나옵니다. 몇km구간에 분무기를 설치하는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만 영화에서 보니 출발후 일정거리를 달리면 선수의 나라 국기를 매단 물병을 만납니다. 코치가 준비해준 음료입니다.

 

그리고 결승선에 다가서면 열기를 식히기 위한 분무구간이 있습니다. 이곳에 이르면 달리라 합니다. 코치는 소원이가 이 구간에 이르면 남은 체력으로 결승선까지 달릴 수 있음을 압니다. 그리하여 초원이는 비가 내리는 구간으로 인식되는 분무코스에서 다시한번 지난날 삶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면서 꽃길, 무지개길을 달려서 결승선에 이르는 것입니다. 당시에 초코파이가 영화에서 간접광고하는 PPL인 것을 모르고 이후부터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영화 마라톤을 생각하고 마라톤 경기를 보면 초원이를 유인, 유도했던 초코파이를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시고 침샘을 자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무섭기까지 한 자본주의의 광고였습니다. 드라마의 청소기, 예능프로그램의 운동화 등 참으로 많은 간접광고를 접하면서 그것을 한개도 사주지 않은 것을 자랑하기도 합니다만 어느날 가족들은 TV를 보면서 간접광고 제품에 빠져들고 어느날 현관에 대형박스가 당도한 것을 보면 자본주의 대기업은 광고를 통해 매출을 성공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단한 맨탈의 아버지들도 방송을 보면서 어느정도 견고함의 언저리에 부분적인 마모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이른 것은 아마도 108#108의 효능으로 봅니다. 절하기를 하지 않았다면 잠결에 일어난 그 생각에 의식이 멈췄을 것입니다. 절하면 의식은 과거로 달려갑니다만 달려가서는 늘 미래를 지향합니다. 지난날의 생각을 바탕으로 미래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님들은 절을 합니다. 절에가면 절을 합니다. 절에가서 절을 하지 않으면 절에 간 것이 아니라 사찰을 방문한 것일뿐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사찰에서도 늘 절을 해야 합니다. 절을 하면 행복해집니다. 절을 하면 생각이 젊어집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