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봄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열아홉번째 이야기
며칠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올해 겨울에는 눈 같은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봄 비도 안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달 초 겨울비인지 봄비인지가 내린 후로 간간이 비 예보는 있었던 것 같지만, 비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문득 스마트폰을 들고 ‘마른 봄’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검색 결과 ‘1. 명사 [방언] ‘보릿고개’의 방언 (충청)(출처 우리말샘)’이라고 나왔다. 봄 가뭄 같은 뜻일 수도 있겠다는 필자와의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뉴스 카테고리에는 ‘전국적으로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눈·비가 내리지 않았고, 올해 봄 강수량도 예년에 비해 적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우려에 대한 위험성이 커진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비(또는 눈)가 적게 내리는 기후변화는 분명 재난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 ‘보릿고개’는 우리 조상들에게는 ‘재난’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헌상 ‘보릿고개’는 1970년대까지 존재했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였던 과거 우리나라는 가을인 9월이나 10월에 벼를 추수한 뒤 보리를 심었다. 문제는 쌀이 바닥나는 5~6월에는 보리가 제대로 여물리 않아 수확을 할 수 없어 칡뿌리나 풀뿌리를 캐서 죽을 쒀서 먹거나 소나무 껍질을 많이 먹었던 시기를 바로 ‘보릿고개’다. 기근 시기를 보내는 것이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사전적 의미의 ‘보릿고개’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기후 재난을 걱정해야 하고,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가격이 오른 기름값은 물론 먹거리 가격 상승도 걱정해야 한다. ‘월급빼고 다 오른다’고 늘 걱정하는 직장인들의 걱정은 줄어들 기미는커녕 계속 켜켜이 쌓여만 가고 있는 셈이다. 늘 기대하는 월급 역시 통장을 스칠 뿐 쌓일 기미는 없어 보인다. 올해도 벌써 3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다이어트’ 등 개인 건강에 대한 계획도 세웠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리기 위한 ‘저축’, ‘주식 투자’ 등의 계획을 세웠거나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먹거리를 고민해야 했던 농경사회의 ‘보릿고개’는 통칭 직장인(이제 돈을 벌어야 하는 위치)에게는 ‘은퇴’까지가 ‘보릿고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은 은퇴한 뒤에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니 보릿고개를 쉽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삼시세끼 먹는 것 자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보릿고개’는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직장인에게는 ‘월급 인상’, 자영업자들에게는 ‘매출 상승’, 수험생에게는 ‘원하는 대학 입학’, 솔로 탈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애인 생김’ 등 저마다 보릿고개 이후의 달콤함을 꿈꾼다. 꿈이 모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꿈을 꿀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꿈을 이루면 좋겠지만,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을 꿈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겁니다. ‘Dreams come ture’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은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