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120분 공연을 휴식없이 관람하였습니다. 관람한 관객이야 의자에 앉아서 박수를 치면 그뿐이지만 풀타임 기타를 치는 연주자와 피아노, 드럼, 장구, 뀅가리, 그리고 아쟁으로 이어지는 연주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0곡 정도를 외워서 노래하는 장사익 선생에게 보내는 찬사는 당연한 것이어서 나중으로 적었습니다. 작은 카리스마로 관중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보입니다. 박수를 유도하여서가 아니라 그 곡조에서는 관객들이 박수를 쳐야하는 몸속 DNA가 용솟움치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관객의 95%가 60전후로서 장사익 선생의 노래와 음율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합니다만 전통을 현대에 접목한 장사익 선생의 편곡과 노래부름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운치와 기교가 있습니다. 전반부의 클라식에서 후반부로 이어지는 대중가요 접목이라는 편성표도 참 잘한 일이고 국악과 현대악기의 조화로운 소통도 관전포인트로 충분하였습니다. 긴 시간이 전혀 길지 않은 이유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공연분위기에 취한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시간에 느낌시간이 다른 경우를 여러번 만나게 되는데 오늘 장사익 공연이야말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객석의 전구가 하얗
백령도 섬에서 만난 바위는 하늘과 바다와 바람이 만든 조각이랬다 누가 보아도 그랬다 조각이었다 아마도 처음에 큰 바위가 둥굴게 서 있었고 바람이 치고 물이 적시고 파도가 돌을 깍았다 그래서 지금은 저렇게 각진 모습과 패인 자태로 세월과 자연의 흐름과 멈춤을 바탕으로 서있다 오늘도 가끔은 바다에 서있는 것을 후회하였다가도 발이 없어 이사가지 못하고 팔이 없어 의지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고 앞으로 다시 1천년 그 자리에 서 있기로 했다 다시 세월이 흐르고 자연속에 정지되었던 시각이 조금씩 흐를 즈음 더 깎일 뼈조차 없어 보이는 바위는 다시 바람과 파도와 바다속 염분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뼈를 내준다 가서 보아라 바위가 모두 골다공증이다 그 속을 모질게 파고드는 파도는 마치 나방을 몰고가는 붉은개미다 뼈다귀 틈새를 헤집어 내던 병정개미들은 이내 골수를 타고들어가 뼈속부터 파낸다 파도가 섬주변을 갈아먹듯이 그렇게 세월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왕벌처럼 병정개미 태어날 알을 낳은 여왕개미가 오늘도 저 깊은 굴속에서 뽀얀 뱃살을 자랑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폭포는 소리지를뿐 깨어지지 않는데 바위는 멈추어 버티는듯 하지만 세월속에 깊은 웅덩이를 만든다 이제 바다에
조간신문 박스에 나오는 시 김 시인 (1961~ )으로 표기되니 젊은 현대 시인 그 내용에 공감이 가서 즐겁지만 넌 왜 이런 소재를 생각 못했니 신문에 오를 급 시인의 글에서 다행히 공감을 얻는 것은 좋은 시를 만난 착한 독자 50줄에 서 있어도 독자의 말뚝을 넘지 못하고 문학소년에 머물다 붓을 꺽어버릴 삶의 울타리속 고삐없는 야생마 그래도 무식한 용기로 여기에 네 글 올리는 걸 보면 10대 풀밭에서 바라본 하늘의 구름모습 아직도 몇 덩이는 남아있더냐 바위덩이 네 머리속에 아직도 자연의 자연스런 모습이 기억되더냐 길면 시 아니다 짧아도 시 아니다 수필 원고지 몽당연필로 잘라내도 시 아니다 시인을 술 마신다 주정도 한다 가끔은 그런데 지금 넌 수백편 시 한 줄로 펴 단편소설이다 헛소리할 녀석이다 넌 이제 그만하자 절필이다 붓을 꺽자 그리고 돌아서서는 주정뱅이 말하듯 말한다 또 술 마시면 성을 간다고? 하지만 네가 문제다 문제는 너에게 있다 네 '감성'은 아직도 멀다 아주 눈이 멀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몇 해 동안은 이른 봄부터 파란 잎새를 세기 시작했다 이 나무의 가지는 몇줄기며 줄기마다 몇잎 싹이 나는지 아침저녁 늦은 밤에도 세고 또 세었다 신록이 지나 더 이상 잎새를 세기조차 힘들어진 밀림에서 한잠 자고나면 늘어나는 잎새탓에 더는 하나 둘 셋 지 못하더니 만추 신록이 숨겨둔 온갖 그림 추상화를 공간마다 전시하더라 올가을에는 단풍잎을 세지 않았다 아마 여름부터 잎새 숫자를 생각하지 않고 추상화나 정물화나 아님 하나의 경치로 보고 느끼기 시작했다 올가을 저 세월의 나무에 매달린 잎새를 세지 않았다 떨어져 세월의 바닥을 뒹구는 잎새조차 몇잎이냐 묻지 않았다 정말 잘했다 올가을에 신록의 잎새도 만추의 단풍잎새도 더 이상 세지 않기로 한건 잘 한 일이다 철든 일이다 철부지에서 철인으로 옷 갈아 입는 계절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20대 어느 날에 무슨 일에 대해서는 시간대와 만난 사람, 그분들의 표정과 의상까지 기억하는 것 같이 소상합니다만 최근에는 어제 만난 분의 대화 내용 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기록물이 책으로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인류문명의 덕택으로 인터넷상에 수십년은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가족을 포함한 누군가가 이 내용들을 책으로 집대성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여기에 적어 둡니다. 건방진 말로 논어는 공자가 지은 책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책을 저술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젊은이들과 토론을 벌였던 철학자입니다. 세계적인 인물이 반드시 저서가 있는 것은 아니듯이 책은 필요하되 다른 분들이 이미 여러 권, 매년 수백만권 이상의 책을 제본해 내고 있으니 책 부족을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표현해 둘 필요는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두뇌가 혼자서 매일 오만가지(48,000가지)생각을 한다고 합니다만 그 내용을 모두 기록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중 한 두가지 화두를 잡아서 이처럼 글씨가 저장되는 공간에 담아 둔다면 이 또한 스스로 보람찬 일이요 혹시
옥수수알 2줄을 남겨 입으로 문지르며 불어댄다는 동요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바로 하모니카를 형상화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들숨과 날숨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바이올린 현을 올리고 내리면서 음을 내는 것처럼 참으로 효율적입니다. 관악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어내는 호흡의 힘으로 연주를 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효과적인 악기인가 생각해 봅니다. 더구나 호흡과 혀와 입술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양한 음을 내고 스스로 반주를 하면서 곡을 연주하는 하모니카야 말로 모든 악기의 집성촌이라 해도 될 것입니다. 큰 하모니카도 있고 작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서수남과 하청일씨는 인기 가수인데 하청일씨가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작은 하모니카를 연주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보이지도 않을 듯 작은 하모니카로 몇 가지 음을 연주해 내는 기술이 부럽습니다. 산중에 홀로 사는 하모니카 할아버지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습니다. 산 정상 바위 평상에 올라 이산저산 바라보면서 구성지게 한 자락 불어주면 세상 근심 걱정 회한이 모두 사그러 진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세월속 후회도 많을 것이고 기쁨도 있었을 것이지만 산속에서 세상을 멀리하고 자신만의 생활을 하는 외로운 분들의 삶 속에서도 복잡한 현실세계에 사는
지렁이 갈비, 당나귀 알, 잠자리 눈꼽. 찾아내기 어렵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 입니다. 스포츠 뉴스를 보니 11명이 뛰는 축구에는 골키퍼가 있는데 5명이 경기하는 농구에는 골키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농구에는 골키퍼가 없는 것인가요. 축구경기에서 골키퍼, 링커, 스트라이커 등 지정된 포지션이 있지만 농구 경기에서는 정해진 위치나 담당구역이 없는 듯 보입니다. 상황에 따라 상대편의 공격 패턴을 흔들면서 득점을 올려야 승리하는 경기인 것입니다. 직장에도 축구처럼 포지션이 있는 조직이 있고 자기 분야의 일에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담당 부서가 模糊(모호)해지면 몇 사람을 모아서 팀을 만들게 됩니다. 이른바 T/F를 만드는데 영어로는 Taskforce입니다. 전담팀이라 해석합니다. 사실 모든 부서가 전담분야가 있는데 전담팀을 또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업무 중에는 양쪽에 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충남도청 건물이 홍성군과 예산군 경계를 살포시 덥고 자리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비로 쓸면 새마을계, 삽으로 옮기면 개발계, 집게로 봉지에 담으면 자연보호계 업무인 것처럼 관점과 촛점, 무게중심을 두는 곳에 따라 담당부서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
1977년 면사무소 공무원은 23명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며 그 중에 본면 출생이 아닌 공무원은 1명 또는 2명이었고 이분들은 다음해 초에 결국 본인의 고향 면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17개 읍면의 공무원 대부분은 그 면에서 自給自足(자급자족)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다음해 봄에 우리 면사무소의 P면 출신 H선배가 돌아가고 M면에 근무하시던 J선배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봉우회(비봉면 근무자 모임)라는 자생단체를 만들고 정기 모임을 하고 있으며 그 만남이 퇴임 이후가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보시절 잘잘한 일들을 일러주시던 선배들이니 만날 때마다 새롭고 반가운 분들입니다. 더구나 젊은 시절의 일들이니 평생토록 기억으로 간직하는 따스한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신규 공무원은 고향을 따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D시청에서 14명의 신규 공무원을 만났는데 당해 시에서 살고 있는 공무원은 4명이었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공무원입니다. 더구나 최근 대한민국 인구구성이 '여초'현상을 보이는 것처럼 여성 공무원이 더 많았습니다. 읍면동 공무원을 그 지역 인적 자원에서 충당하던 1970년대를 넘어 이제는 공무원 전국구 시대가
어제 광교산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점심을 먹고 출발했습니다. 비가 온다는 걱정을 하여 우비를 준비하려 했다가 우산 하나 챙겨들고 복숭아 등 과일, 뜨거운 온수통, 기타 등등을 준비하고 버스카드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83-1버스를 타고 화성 행궁앞에 내려서 경기대로 가는 버스에 환승했습니다. 경기대 인근 달팽이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일단은 차분히 걷기로 했습니다. 금년 들어 3번째인가 게으른 산행이므로 출발부터 차분히 서두르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등산 시작 단계에서 서두르면 멀리까지 갈 수 없다고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여행자 지침서도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차분히 천천히 걷기로 한 것입니다. 오전에 소나가가 내리기도 하였거니와 오후 1시 뜨거운 시간이므로 경기대에서 형제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등산객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나 홀로 차분히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비가 내려 먼지 없이 축축한 습기가 기분 좋습니다. 신록이 깊어지고 무게를 더하는 시기이므로 피톤치드는 물론 산소공급이 충분한 듯 몸이 가볍습니다. 매주 1~2번 등산을 하여야 한다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만 3달에 한번 등산을 한 꼴이니 참 게으르기
좁은 新聞틈새에 올라온 詩들은 바위틈 보라색 도라지 꽃처럼 아주 짧거나 간명 간단 詩란 짧아서 배고픈 문학이라지만 넓어서 대문짝만한 신문에 긴 詩를 올리지 못하니 유명 詩人 서둘러서 짧은 詩로 원고료 절감 신문의 詩가 짧은 이유는 독자의 조급함 때문 편집 공간 편협함 긴 詩를 읽어줄 時間없고 그리할 맘도 없는 세태 더 길면 소설될까봐 詩는 잡힐 듯 잡히기 않는 몽당연필로 만든 무지개 좋은 시 신문에 둥지 트는 시는 수필보다 짧아야 하고 청자연적처럼 담담해야 하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