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선후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기자들의 선후배는 나이보다 학교보다 언론에 입문한 연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언론인 간 선배는 참으로 중요 위계로서 군대의 계급 이상으로 그 위력이 강합니다.

 

언론인은 편집국장조차 "先輩(선배)"라고 부릅니다. 만약에 국장이나 부국장에게 '선배!'하지 않고 국장님이라 부른다면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고 보면 맞습니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취기가 오르면 자신들의 내부 선배는 물론 동석한 공무원이나 다른 기관 부서장에게도 "선배, 선배!!!"하면서 이런저런 고충을 이야기 합니다.

 

사실 기자만큼 고충이 큰 직업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밖에서 보면 기자는 기사 쓰면 쓰고 말면 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저녁으로 아침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건이 없다고 신문 3면이 백지로 나가는 것 아니고 큰 사건이 많아도 지면이 늘지는 않습니다. 지면이 잠시 늘어나는 경우라면 대부분 창간 기념일 일 것입니다.

 

즉 늘 18면 신문 32면에 기사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면별로 기사를 채우고 기사가 부족하면 사진을 늘리고 기사 넘치면 사진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기사 몇 개를 버리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평소에 제공하는 보도자료가 잘나고 못 나가는 것은 그날의 운수입니다. 사건사고가 적고 정치권 기사가 약하면 행정기관의 보도자료가 크게 나가는 것이고 반대이면 우리 기사가 작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2단 指摘(지적)기사 정도로 약하게 보도될 것이 4단으로 커지거나 때로는 면 톱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홍보성 기사 보도 자료는 일요일 오후에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신문을 만들어 월요일 아침에 가정에 배달해야 하는데 사실 일요일에는 사건사고 이외에는 기사될 재료가 없겠지요.

 

그런 날 출입처에서 좋은 기사 하나 들어오면 “땡큐!”입니다. 우리의 출입 기자님은 곧바로 기사를 키우고 늘려서 일요일 오후 편집을 마감하고 퇴근하려 할 것입니다.

 

가장 바보스러운 일은 금요일에 행사를 잡는 것이고 월화수라도 오후 5시, 6시에 보도자료 내는 것입니다. 낮 2시에 행사를 잘 마치고도 정작 보도 자료를 사무실에 돌아와 저녁 5시에 낸다면 참으로 잘 못하는 행정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의 행사를 한다면 미리 이런저런 계획이 있다고 자료 내고 행사했다고 사진과 함께 자료를 언론사에 보내고 며칠 후 그 일들이 잘 되고 주변의 반응이 좋다고 또 한 번 홍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多多益善(다다익선). 오늘 흐르는 강물은 어제의 그 물이 아니듯이 오늘 신문을 보는 독자,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네티즌은 늘 그분들만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1980년대 대부분의 회사나 공직에서는 후배가 선배나 고참에게 밥을 산다고 하던데 언론은 늘 선배가 후배를 챙깁니다. 후배에게 무한 리필 맥주 소주 안주를 사는 대신에 선배는 선배로서의 무한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모두가 그러하지 않겠지만 몇 번 마주한 언론인 내부의 선후배 모습은 그러했습니다.

 

정말로 틀림없이 선배 여기자에게 '선배 선배!'하면서 모시고 동갑의 여기자는 그런 선배대우가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때로는 강하게 '해병조교'같은 카리스마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언론인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언론인 조직 안에서 대우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가 때로는 창의력을 말살하거나 조직 내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작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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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