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아름다울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마음을 비우고 절하기에 열중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멋지게 느끼지는 법입니다. 부처님은 개개인 마음속에 늘 존재합니다만 늘 존재감을 주시지는 않습니다.

불자나 중생이 마음을 비우고 바른 생각과 곧은 마음자세를 가질 때 부처님은 그 마음을 보여주시고 중생의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욕심을 부리는 자의 업이 어느날 슬며시 집을 떠나 다른 착한 집안에 깃드는 것처럼 부처님 마음이 먼저 오셔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제받을 준비가 된 중생의 집에 우선 오시게 됩니다.

100억 가까운 현재 살고 있는 중생을 살피고 500억이 넘을 지난날의 윤회의 언덕을 방황하는 중생중에 구제해야 할 자를 선별하는 일을 하시면서 동시에 미래의 불가에 귀의할 자를 점지하시는 일 등 전·중·후, 과거, 현재, 미래의 역할을 하시기에 바쁘신 분입니다.

 

분주하신 부처님께 부적 5만원 내고 잘 되어서 500만원 벌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리면 부처님이 들어주실 시간이 없으시고 관심을 기울여주실 여유조차 없더란 말입니다.

공직이나 회사에서 승진하는 사람을 보면 준비된 자입니다. 스스로 승진의 기회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 주변인과의 여유롭고 풍부한 관계성에서 승진의 후보가 되고 최종 낙점을 받는 것입니다.

 

인사철마다 스스로 어느 부서로 간다는 자가 가는 것을 보기 어렵고 이번에는 반드시 승진할 것이라고 신문에 소문내는 자 중에 시원하니 승진하는 예를 보기 어렵습니다.

인사발표가 나고 승진한 사람을 보면 그래서 이사람이 영전영진하였구나 알게 됩니다. 어느 부서에서 소리없이 긴 시간동안 열정으로 일한 사람이 다 밝혀지는 것이 인사입니다.

 

기관장은 다양한 루트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종합적이며 객관적인 평가를 합니다.

다만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도 마지막에 선택, 초이스에서 사적 감정이나 자신의 정치적 계산을 하는 바람에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인사과장, 국장, 부지사의 의견대로 하면 80점의 인사를 할 것인데 한두명 개인적 친소관계나 감정이 개입된 조치를 하면서 파격을 넘어 특혜가 되고 낙방이 아니라 인사때마다 망신을 당하는 중간간부가 있게 마련인 것입니다.

사람을 쓰는 일만큼 승진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승진은 그날로 행복하고 마감되지만 탈락의 우유증은 오래갑니다.

 

아주 힘든 기간이 지속되고 트라우마가 되고 정신과에 갈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줍니다. 경기도청에서 인사불만으로 발생한 사건을 다 적어내면 삼국지 5편이 나올 것입니다.

인사불만, 인사항의의 사례를 다 적어내기에는 개인적인 문제, 공적인 관계, 민형사상 책임까지 고민해야 하는 일이니 마음속에 간직할 뿐 표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더러 가끔 들은 이야기는 평범한 생각과 상식을 넘나드는 치열함이 있다는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사때마다 탈락하는 아픔이 있고, 어렵게 3~4수만에 승진하니 변방으로 좌천성 승진하는 사례를 우리는 보게 됩니다. 일종의 삼국지 계륵이지요.

더 이상 승진에서 배제하면 사건이 날 수 있으니 이름은 서기관이라 지어주는데 그 역할은 변방의 북치는 자리인 것이지요.

 

하지만 승진을 하였으니 가서 북을 치든 종을 매달든 그 역할은 해야 하는 것이 공직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지나서 보니 억지로 늦게 승진해서 변방 근무를 하면서도 갑질하고 오버 떨고 권한을 과하게 행사한 사례를 더러 듣게 됩니다.

 

그 자리가 그러라고 준 것 아닌 줄 알아야 하는데 망각의 신이 들어와서 공직의 부적을 떼어내고 제 맘대로 명패를 내걸었단 말입니다.

공직은 칼집 속의 시퍼런 칼이요 꿀벌의 하나뿐인 벌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런 중차대한 사실을 모르고 칼을 뽑고 마구 휘둘러대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했습니다. 더러는 마지막 벌침을 쏘고 쓸쓸히 사라져가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끝까지 칼을 뽑지 않고도 40년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군사가 있는가 하면 칼을 뽑았다 넣었다 하면서 아주 긴 세월을 고생만 한 경우도 보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모두가 다 함께 민간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왜 미리 알지 못하였을까요. 누구나 정년이 되거나 명퇴의 길로 간다는 운명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 아닐 것인데 마치 100년을 그 권력의 자리에 있는 줄 착각을 하였나 봅니다.

 

이는 과거 공직선배들이 마지막 5년을 화려하게 꽃피우는 모습만 보았고 퇴직해서 시내버스 흔들림에 손잡이 찾느라 고생하는 선배들의 생활상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인가 합니다.

장성 제대한 장군 출신 퇴역장교가 구두끈 매다가 열받아서 혈압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합니다. 모든 것을 부관이 챙기고 당번병이 대행하는 장군의 생활에서 어느 날 불쑥 퇴직하여 민간인이 되는 순간부터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 그리도 많다고 합니다.

 

대령에서 별을 달면 그리도 달라지는 의전이 많다고 합니다만 4성 장군에서 퇴역하는 순간에 사회는 대령에서 별 달았을 때의 변화보다 더 처참하고 힘든 변혁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회이고 인생이고 생노병사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미리미리 알아두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이 순간, 이 아침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그런 가사가 있습니다만 내가 사는 오늘이 내 인생에서 최고봉이라는 점을 이 아침에 108배를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