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갑질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출신 이강석

 

 

요즘 공직사회에서 갑질이라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갑질로 인한 피해는 당장 필드에서 갑질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고통이었고, 이를 지적하는 감사부서의 조사와 징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의 안타까움, 그리고 당사자가 조직으로부터 징계조치를 받은 이후의 긴 시간을 징계의 굴레를 쓰고 감내해야 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갑질에 대한 언론보도는 천인공노할 내용이어서 갑질의 피해가 크다는 생각에 공감을 하곤 했습니다만 조직내에서 논쟁이 되고 위원회에서 검토, 논의되는 갑질의 경우에는 갑질인가 아닌가의 경계선이 참으로 모호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일이 갑질이 되는구나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1980년대 공직사회라면 이같은 경우의 일들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과거 군대에서 밤 12시까지 몽둥이 구타를 당하지 않은 날은 더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했다지요. 사실 과거 공직사회의 모든 사무실에는 한두명 잔소리, 악담을 해대는 사무관 계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공무원들은 마음속으로 "저양반 또 시작이군!!!" 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닌데 게딱지 후펴파듯이 소속의 해당 공무원의 업무행태를 비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엄청난 갑질을 한 그 당시의 간부들은 평온하게 승진하여 서기관에 이르고 더러 몇 명은 국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말로 하는 업무에서 갑질을 하고 문서를 내던지는 '못된짓'은 오히려 열심히 업무를 챙긴다는 자평과 함께 당시의 공직 간부들은 조직을 이끄는데 필요한 채찍과 당근중 채찍이라 말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업무행태가 조직을 이끄는 이른바 '카리스마'가 되기도 하였지만 2023년 이 시대에 비춰보면 그당시의 하찮은 카리스마가 '칼있으마'로 변질되고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심한 말로 상대를 비교하는 것으로도 갑질이라니 모두가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공직은 어려운 일을 이겨내고 극복하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니 퇴직 공무원으로서는 이처럼 연약한 조직에서 무슨 큰일을 해낼까 우려하게 됩니다. 과거의 간부들이 '공격 앞으로!!!' 외치면 볼펜을 창으로 삼고 결재판을 방패삼아 앞으로 내달렸던 1955~1962년생들의 '졸개생활'은 오늘날에는 어떤 방법, 방식으로도 보상받거나 해명받을 수 없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다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가사말로 넘겨가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당대를 거친 선배 공무원들은 요즘 공직자사회의 갑질논쟁에 대해 쓴 웃음을 지을 뿐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