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 승진 '지름길 이야기'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출신 이강석

 

도청#시청#읍면동의 과장#동장#소장의 역할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입니다. 사무관은 지방행정사무관, 행정사무관이 있습니다만 이는 지방직과 국가직을 구분하는 것이고 두 자리 모두 5급입니다. 5급 공무원은 행정고시를 합격하여 임용된 사무관이 있고 6급 공무원중 사무관 요원을 선발하여 연수를 받도록 한 후에 승진임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시군청에 과장 직무대리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승진시험을 합격한 후에 지방행정사무관에 임용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시군의 다른 6급 고참계장과 직무대리 과장이 시험으로 경쟁을 하였기에 이로 인한 부작용이 극심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이 많은 사무관 승진시험제도에 대한 부단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주관식 시험, 객관식 시험제도를 거친 후에 1995년경에 승진시험 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사평가를 통해 승진대상자를 심사로 결정하고 행정안전부의 교육을 받도록 한 후에 5급에 임용하였습니다.

 

그래서 한때에는 주관식 사무관, 객관식 사무관, 공익사무관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바가 있습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주관식 논술시험을 거친 사무관의 자존심에서 나온 명칭일 것입니다. 그러니 주관식과 객관식간에는 약간의 격조의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시험으로 사무관이 되었으니 공익적인 사무관이라 했습니다.

 

여비를 받고 연수원에 가서 교육을 받은 후에 사무관에 승진하였으니 과거 읍면동 사무소에서 근무한 방위병의 후신인 공익근무요원을 연상하게 합니다. 글을 쓰는 필자도 1996년 공익사무관입니다.

 

그리고 공무원 직렬은 다양한데 통상의 지방공무원 조직에서는 일반직과 기술직이 있고 기술직은 4급 지방시설서기관까지 승진한 이후 3급부터는 통합되어 지방부이사관, 2급은 지방이사관이라 칭합니다.

 

직렬은 지방공무원임용령에 그 순서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행정기관의 인사발령지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행정, 세무, 전산, 교육행정, 사회복지, 사서, 속기, 공업, 농업, 녹지, 수의, 해양수산, 보건, 식품위생, 의료기술, 의무, 약무, 간호, 보건진료, 환경, 시설, 방송통신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인사발령에서 자신의 이름이 어느 순서에 호명될까는 직렬 순서를 따라가면 되는데 또 하나의 기준은 급이니 통상 시군청에서는 3급부터 시작해서 4급으로 내려가며 최종 9급까지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3급 승진과 전보, 4급 승진과 전보로 가되 급마다 각각의 직렬순으로 인사발령 발표자 명단을 작성한다는 말입니다.

 

1981년4월20일까지는 공무원은 5등급으로 구분되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에는 흔히 5급을류 공무원, 5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했습니다. 5급공무원은 다시 갑류와 을류로 구분되었고 5급 을류는 지금의 9급, 5급 갑류는 오늘의 8급이 됩니다. 그래서 4급을은 7급, 4급갑은 6급으로 올라가고 3을이 사무관, 3갑이 서기관, 2을이 부이사관, 2갑은 이사관, 그리고 1급은 甲乙(갑을) 없이 관리관이 됩니다.

 

그리하여 1970년대 5급 을류, 오늘날의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25년만에 다시 5급 공무원이 되었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대략 9급 공무원에서 6급을 거쳐 5급에 이르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에 차이가 있습니다만 평균적으로 11년이 필요합니다.

 

자료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6급 공무원이 5급에 승진하는데 걸린 기간은 11년이고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2.7년으로 가장 오래 걸리고 세종시는 5.4년에 5급에 승진하였습니다. 서울 9.3 부산 8.8 대구 10.1 인천 12.2 광주 8.8 대전 10.6 울산 11.5 세종 5.4 강원 12.0 충북 10.9 충남 12.4 전북 10.9 전남 11.5 경북 11.2 경남 11.7 제주도 11.6년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세종시는 최근에 기초를 합하여 광역자치단체가 되면서 고위직 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대부분의 지역은 대략 6급으로 11년을 근무하게 됩니다. 다만 이 통계는 주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경우일 것이므로 6급이나 7급에서 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의 승진에 관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는 9급에서 5급까지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28.8년으로 가장 길어서 전국 평균 승진 기간보다 2.2년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25.8년, 부산시는 22.6년이었습니다.

 

승진하는 데 가장 오랜 기간이 필요한 구간은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것이고, 평균 11년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9급에서 8급 2.3년, 8급에서 7급 4.1년, 7급에서 6급 9.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속에서 5~7년동안 애벌래로 살다가 보름을 ‘맴맴’한 후에 떠나는 매미 이야기가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만 공무원의 승진도 하염없는 기다림입니다. 9급에서 7급, 그리고 6급기간중에 업무성과를 내는 부서에 가야 합니다.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에서 5급 승진을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형상입니다. 업무성과를 낼 수 있고 치열하게 일하는 부서에서 경력관리, 평점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사무관에 임용되면 그 자리는 다양하게 배치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시청과 구청의 과장이 됩니다. 과장은 기관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보조기관입니다. 자신의 전결권으로 기관장 직인을 찍고 기관의 의사결정 결과를 외부나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권한과 의무를 갖습니다.

 

과장이 되시면 첫 번 전결 결재문서 사본을 앨범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사 의미를 부여하면 종이 반장이 금붙이보다 소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사무실의 문서 한 장이 100년후에는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여야 합니다.

 

지방행정사무관의 쓰임새는 약방의 감초 이상입니다. 읍면동의 면장, 동장, 읍의 과장, 사업소장이 사무관입니다. 1996년은 별정직 사무관과 일반직 사무관의 임무교대의 한 해였습니다. 전국에서 별정직 읍면동장이 물러난 자리를 채운 일반직 사무관 승진대상자가 연수원에 구름처럼 몰렸습니다.

 

1996년 1차 교육대상자를 3월말 보직을 받은 자로 정하는 바람에 1996년 4월3일자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필자는 3일이 모자라서 11월에 가서야 2차 교육을 받고 사무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을 받은 후에 사무관 승진 발령장을 받았는데 교육 여비도 받았으니 공공의 혜택을 받고 승진했다 하여 앞에서 말한대로 ‘공익사무관’입니다.

 

당시에 행정기관에 軍(군) 근무를 대신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있었기에 참고하여 붙여진 이름인 줄 압니다. 그러면 이전의 선배들은 어떻게 호칭될까요. 오래전에는 사무관 승진을 위해 주관식 시험을 보았습니다. 출제된 제목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필로 적어내는 치열한 시험이었기에 이분들은 ‘주관식 사무관’이라 했습니다.

 

이후에 사무관 시험에서는 주관식 논술형은 폐지되고 가장 변별력이 높다는 5문항중 1선택의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를 한 후 시군별 경쟁에서 고득점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래서 1995년까지는 ‘객관식 사무관’이라 불리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사무관에 승진하고 나면 몇 년간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주사, 팀장의 업무와 사무관 과장, 동장, 면장, 소장의 임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담당 업무가 없어지고 사무분장에 ‘총괄’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제부터 권한과 책임이 균등하게 따라다니는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열심히 일하면 과장, 국장이 다 공을 가로채어 가는 것 같은 상실감이 있었지만 책임을 감당하면서 차라리 실무자가 편하구나 하는 철든 생각을 갖게 됩니다. 칼은 칼집 속에 있을 때 권위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벌이 침을 쓰면 죽는 것을 보았고 알았으니 우리의 권력은 있는 대로 써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공직자로서 죽을 것 같으면 그 권력을 쓸 수 있습니다. 벌도 적이 침입하면 웅웅 거리면서 거세게 시위를 하고 주변을 빙빙 돌다가 최후의 일격으로 자신의 생명을 조직을 위해 버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공직자는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푸는데 나서시기 바랍니다. 공직 업무 중에 목숨을 바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큰 잘못을 하면 파면, 해임, 강임이라는 처절한 공무원으로서의 죽음이 기다립니다.

 

저는 이 같은 공직사회의 엄중함을 지난번 책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에서 높은 산 중턱에서 산 계곡 아래 강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묘사해 보았습니다. 공직 내내 한발만 잘못 걸어도 절벽 아래로 떨어져 공무원으로서는 사망하게 됩니다. 본인의 잘못이 없어도 사고는 날 수 있습니다. 말이나 당나귀가 미끄러지거나 놀라거나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충돌하여 절벽아래로 떨어지면서 옆에 선 마방 사람도 함께 추락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직에서도 상사 잘 만나고 동료 좋은 사람 사귀고 후임이나 후배들이 잘 서포팅 해 주어야 성공하는 공직자가 됩니다. 그중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면 서로서로 힘들고 승진이 늦고 일도 안 풀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공직자는 스스로 청렴하고 주변을 정갈하게 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서 함께 협력하고 성원하면서 隊伍(대오)를 맞춰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빨리 나가는 이가 있으면 전체가 흔들리고 느린 자로 인해 흐름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참으로 힘든 조직사회에서 層層侍下(층층시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매순간 긴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위험을 예방하고 발전적으로 나가는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하셔야 합니다. 공직자 한 사람이 평천하를 하지는 못하지만 수신제가를 하면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작은 힘이 모이면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모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과장, 동장, 소장 등 5급 초임에 임용되면 그간의 생각, 6급까지의 자만과 고집을 차마고도 좁은 길에서 훌훌 날려버리고 이제부터는 우리 부서, 조직, 동료, 후배를 먼저 걱정하고 고려하고 배려하여야 합니다. 7급 직원이 아무 때나 5급 사무관 부서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문자 등 SNS로 정보를 보내거나 개인 신상을 전달하는 것이 결코 결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신이 편해집니다. 간단한 전달사항을 전화로 받지 않고 문자로 받으면 시간, 장소 등 메모를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우리는 상가에 갈 때 아주대 병원, 성빈세트병원, 연화장이라는 큰 장소만 알고 차를 달려갑니다. 현관에 도착해서 메시지를 확인하면 조문하여야 할 호실을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의 업무 중 간단한 전달사항은 문자전송으로 처리하고 상대방의 확인여부만 알면 됩니다.

 

다음으로 식사시간을 잘 지키고 회식시간에 미리 가고 천천히 먹고 끝까지 남을 모임인지 중간에 나가주어야 하는 자리인지를 늘 고민하여야 합니다. 과장님 보내고 7급끼리 맥주 한잔하면서 과장과 팀장을 안주로 씹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니까요.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6시 반에는 퇴근하여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찾고 사무실 PC로 할 일이 있거든 미리 부서에 알리시기 바랍니다. 개인 일을 하면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는 것이 주변의 후배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이 5급되어서는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사무관이 되거든 우리 조직 전체의 흐름도를 살펴야 합니다. 간부들의 생각과 기관장의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부서의 일만 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부서와의 조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과장 선에서는 최선인데 국장실에 과장들이 모이면 부서간 업무의 모서리가 아이들 놀이감 ‘퍼즐’처럼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행정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서간 협력해야 하는 공동의 분모에서 충돌이 없도록 협력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그런 간부가 4급에 승진하는데 유리합니다.

 

자신의 일 만 잘하는 5급은 많습니다만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4급 후보자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부서의 업무는 주무팀장 등 중간관리자에게 대폭 위임하시고 5급 과장 보임자는 우리 국, 우리 기관 전체를 살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읍사무소의 과장이라면 수년내에 4급 읍장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마음에 새기고 늘 수학문제를 공식에 대입하듯이 읍장님의 하루 일과에 자신의 모습을 投影(투영)해 몰래 그림자를 비춰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5급은 공직자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나이는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27세에 공직에 들어왔다면 57세까지 30년중 15년차에는 지방행정주사 팀장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을 정열적으로 뛰어서 사무관이 되면 35년차 전후이고 이제 5년 내외 공직자의 나이테가 남았으니 서기관을 향해, 그리고 빠른 경우 3급 부이사관을 향해 열정을 불태워야 합니다.

 

그런 바쁜 여정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할 여유가 없고 민원서류의 업무 소관을 놓고 핑퐁 경기를 계속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소관 논쟁은 민원인이 시청 직제를 잘못 알고 적어온 과 명칭을 소관부서라고 주장하는 주무관입니다. 우리는 내 업무가 아니라는 말보다 제가 할 일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젊은 시절 탄탄하게 쌓아 올린 金字塔(금자탑)은 공직 후반기 5년 동안 빛이 나게 됩니다. 높은 곳에 불을 켜기 위해서는 탑의 기초가 넓고 튼튼해야 합니다. 나의 공직 등불이 보다 더 높은 곳에서 환하게 세상을 비추기 위해서는 오늘 6급 주무관, 5급 사무관의 나날을 튼실하게 이어가야 합니다.

 

그 기반 위에 세워진 우리의 공직 돌탑은 절대로 철밥통이 아니고 복지부동, 복지안동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인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엄지척을 올리는 그런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에게 승진의 지름길은 없어 보이지만 부지런히 앞으로 나가면 큰 길의 윤곽은 안개속에서도 어슴프레하게 그 앞길이 보이게 마련인 줄 생각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