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로 승진하는 경우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출신 이강석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밤에 성실하지 못한 공무원이 술을 먹다가 돈이 떨어지자 비상금을 가지러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국장님이 퇴근하시다가 불켜진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직원이 황급하게 국장에게 인사했습니다.

 

"국장님, 늦게 퇴근하십니다!"

 

국장님이 답했습니다. 


“김 주무관! 열심히 일하는군!”


다음번 인사에서 이 직원이 승진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몇 번은 승진에서 밀린 직원일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국장님 눈에 들어와서 그나마 승진하였고 이후에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되었다는 '옛날이야기'입니다.

 

전설따라 삼천리 시절의 공직 이야기입니다만 가끔 더러는 '어부지리'로 승진하기도 합니다. 8급에서 7급 승진자 1명을 빨리 정해달라는 인사부서의 연락을 받은 국장이 주무과 주무계에 전화를 했습니다.

 

"A, B중 누가 빠른가?"

 

국장은 인사부서에서 긴급하게 승진대상자를 정해달라 하므로 8급 승진이 오래된 직원을 물었습니다. 주무계 주무관은 자료에 적힌대로 8급에 승진한 순서로 B가 빠르다고 답했습니다.

 

주무계장은 다음번 7급 승진대상자 순서를 A 다음에 B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B는 최근에 다른 부서에서 전입하였고 A는 B에 비해 한두달 8급 승진은 느리지만 해당과에서 2년이상 근무하면서 큰 성적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사는 항상 한밤중에 결정되는 경향이 큰 업무이기에 그날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주무계장이 근무하여 국장의 전화를 받았다면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A가 승진하였겠지만 늦은 시각에 평범하고 착한 주무관이 전화를 받고 자료상의 8급 승진일만을 국장에게 전하니 국장은 그대로 B를 승진대상자로 추천하였던 것입니다.   

 

승진은 업무성과와 성과도 바탕이 되지만 재수 좋은 놈을 이길 방법은 없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도 알아 두시고 승진 누락에 크게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화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사무실 벽채와 천정과 바닥, 그리고 책상과 PC가 알아주니까요. 더구나 자신은 스스로 열심히 일한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