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새

김재자

바람 따라 날 던 새

바람 속에서 잠을 잔다

 

바람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

아무르표범의 포효처럼 하늘 향해 소리 낸다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이 꾸역꾸역 자라나고

새들은 구름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저 빌딩 숲의 나무들이

구름마을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평화롭던 새들의 마을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구름이 모여들고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출렁거리던 검정 구름이 비를 토해내고 있다

 

가여워라. 우산 없이 걷는 허리 굽은 사내

순간 급히 무지갯빛 날개 펼치며

우산이 되어 주는 저 새 아름답다.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일간지에 ‘노랑부리 백로’ 등을 발표 작품 활동

시집 『말 못 하는 새』가 있으며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행정부원장


 

-시작메모-

 

요즘 세상을 보면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다. 더러는 러시아 연해주와 아무르강 강가의 표범이 포효하는 것과 같은 폭풍도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크건 작건 바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바람의 상징성은 일종의 풍파다. 아무리 온실 속이라도 바람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지 않다. 먹고 사는 것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바람과의 전쟁을 치르며 삶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 등이 굽은 중년의 사내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걸어가고 있다. 젊은 날 패기는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힘든 시기에 비까지 내리다니 서글프다. 날개를 펼쳐 우산이 되어 준 새 한 마리, 이 무지갯빛 새는 시인만이 가진 상상의 새다. 어쩌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무지개를 뜻하고 있는지 모른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그래서 그 새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