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생명

정겸

 

 

삼성전자본사 수원사옥이 빤히 보이는

원천리천 한가운데

낡은 나무말뚝 섬이 되어 꽂혀 있다

 

한 뼘도 안 되는 말뚝위에

꽃처럼 자리 잡은 버드나무 예닐곱 개

여울물 휘감고 소리 내어 흘러도

세상시름 잊은 듯 묵언 수행중이다

 

가끔 샛바람 불고 먹장구름 몰려 올 때마다

머리 숙이며 삶의 무늬에 대하여 잠시 고민할 뿐

푸른 가슴속 희망 담으며 다시 하늘바라기다

 

세상 사람들아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프다 하여도

어디 우리만 할까

웃자 웃자 그냥 웃자.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이강석 선배가 사진 한 장 보내 왔다. 삼성전자 인근 원천리천에서 찍은 것이라며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 또 감탄이다. 나 역시 그 사진을 보고 경이로운 삶의 이력에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어떤 사고를 가지고 세상에 도전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말뚝위에서 작은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버드나무는 어쩌면 열악한 환경과 역경을 이겨나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름다운 청년정신이라 생각한다. 한편 저 버드나무는 어디서 떠밀려와 토질이 좋은 냇둑을 외면한 채 하필 물 가운데 좁디좁은 낡은 나무 말뚝 위에 자리 잡았을까. 나무의 고향은 아마도 원천리천의 발원지인 광교산에서 부터 신대저수지와 광교저수지 등 상류지역에서 이동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야 어떻든 큰 꿈을 갖고 고향을 떠나 세상 속으로 뛰어든 예닐곱 개의 버드나무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 수원 사옥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언젠가는 그곳에 입사할 것이니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아, 힘들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저 버드나무를 보며 죽을힘 다해 다시 도전해 보자.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