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호수공원에서

정겸

 

 

은빛 물결이

살아 온 흔적만큼 살랑거린다

맛집 나루터매점에서 카푸치노 마시며

존바에즈의 더리버인더파인을 듣는다

마법에서 풀린 듯 되살아나는 지난 시간들

 

색 바랜 원천유원지 안내판이 흐릿하게 보이고

사라졌던 추억들이 호숫가를 맴돌고 있다

수천광년을 달려와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

수궁과 용궁, 광나루, 수정 수상휴게소

범바위집과 가오리와 방패연, 언덕 위 카페촌, 오리배…

아직도 저수지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

 

푸른 웃음으로 가득한 호수

그리움 잔뜩 배인 저녁노을이

화석처럼 굳어져간 기억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전공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 현재 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수원 인근이 고향인 사람이거나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광교호수공원에서 한번쯤은 색 바랜 시간을 소환한다. 원천유원지로 추억되는 광교 호수공원, 당시 모처럼 맞이하는 일요일에는 수원에 소재한 삼성전자, 선경합섬, 한일합섬, 선경직물, 연초제조창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이다. 원천저수지는 당초 수화농지개량조합이 관할 몽리 면적의 농용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였으나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이후 공원개발계획에 따라 1981년부터 수상음식점, 낚시터, 카페, 레스토랑, 눈썰매장, 풀장, 오리배등 각종 위락시설과 숙박업소 등이 들어섰으며 수원은 물론 경기도를 대표하는 유원지로써 기성세대들의 추억을 간직한 보물창고이다.

정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