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건너 온 새

김재자

 

 

 

태초에 당신은 하늘에 매달린 작은 점이였지요

 

어둠이 사라지고 햇볕 반짝이는 날

점은 나뭇잎처럼 보이다가

나비처럼 보이기도 했죠

 

좀 더 가까이 오세요

이제 날개가 보이는군요

조금 더 가까이 오세요 조금만 더

아, 날개를 다쳤나봐요

 

너무 멀리 날아와 지쳤나봐요

이제 조금씩 숨고르기 할 때예요

 

작은 눈도 보이네요

노랑부리도 보이고요

황금빛 날개도 보이네요

부리에 작은 별을 물고 있네요

 

당신은 어느 별자리에서 왔나요

그 행운의 별자리를 알고 싶어요

은하수 건너 어디엔가 있을

그 별자리 궁금하네요.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일간지에 ‘노랑부리 백로’ 등을 발표 작품 활동

시집 『말 못 하는 새』가 있으며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


 

-시작메모-

이 시는 어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같은 시다. 우주는 점으로 부터 탄생이 되었고 지구상의 모든 형체는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점은 만물의 근원이다. 새는 멀리서 보면 점으로 보이고 가까이 올수록 나뭇잎과 나비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러한 관점에서 시각적 모티브와 원근법을 살려서 하나의 시로 승화 시켰다. 점으로 보이던 새가 가까이 와서야 눈과 부리, 날개가 보이는데 그때서야 날개가 다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수많은 별들이 흐르는 거대한 강, 은하수를 건너 온 것이다. 긴 인생 항로를 앞만 보고 날다 보니 상처 난 것을 모르고 살아 왔다. 새는 곧 시인의 마음이다. 기나긴 여정 끝에 얻은 것은 결국 지친 날개와 상처뿐이다. 이제는 상처 입은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아름다운 삶의 길을 걷는 것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