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마주하는 시간

정겸

 

 

막차 끊어지고

마지막 슈퍼의 불도 꺼졌다

깃털 빠진 새 한 마리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다

바스락,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셀 수 없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왔다

실개천도 건너고 모래 언덕과 바위산을 넘었다

눅눅했던 시간을 밤바람에 말리고푸른 기억을 머릿속에서 탈색 시킨다

 

무심코 바라 본 북쪽 하늘

카시오페아 성운의다섯 개 눈동자가 반짝 거린다별들은 사라진 전설을 불러 모으고

빛을 가지고 있는 모든 유령들은

하늘 정원에서 불꽃 잔치를 열고 있다찰라, 붉은 섬광이

성호를 그리며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수천 광년의 세월을 달려 나에게 온

저 수많은 별빛들

 

이제 가야 할 곳을 찾은 것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별을 보고 출근하여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사람들, 비탈진 산동네를 내려와 조조할인버스를 타고 새벽 인력시장에서 운이 좋게 건설 현장으로 팔려가는 순간, 우리의 아버지들은 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하루의 일감을 잡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층 빌딩 건설현장 비계위에서 콘크리트 타설과 짐통을 짊어진 대가로 받은 땀에 젖은 오만 원짜리 두 장, 지친 몸 이끌고 10㎏짜리 쌀 한포와 라면 한 상자를 양 어깨에 훈장처럼 달고 산동네로 서둘러 귀가한다. 지금의 이러한 현실이 코로나 이후 파산을 맞은 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현실이며 녹록치 않은 우리의 삶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민생은 살피지 않고 본인들 밥그릇 챙기기 위한 당파 싸움이 한창이다. 우리 국민들은 어디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야 할까, 막차 끊어지고 마지막 슈퍼의 불도 꺼진 골목길을 걸어 갈 때 북쪽하늘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다섯 개의 별, 카시오페아 별자리, 그 별과 마주하는 순간 내일을 위해 잠시 위안을 갖는다. 저 별이 우리의 희망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