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대머리 총각

이복순

VIP 시간만 모여 있는 VIP 요양원

아직도 그들의 입은 코로나에 갇혀있고

현대판 동화구연은 하품이 대신 듣는다

어깨 들썩 손뼉 짝짝 신날 것도 없는 동요를 신나는 척 부른다

 

치매 박수 주먹 박수 손등 박수 손목 박수 뒤통수 박수

정수리에 올라앉은 치매가 덩달아 신이났다

 

“잠시 기두려봐” 손을 번쩍 치켜든 열아홉 살 어르신

“내가 노래 한마디 할껴.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 거야”

 

여덟 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오늘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음정 박자 척척 맞춰 멋들어지게 불러대는 진짜 진짜 VIP

가슴 두근대며 대머리 총각 기다리는 스무 살 꽃다운 처녀

대머리면 어떠리 꽃처럼 빛나는 봄날인걸

 

 


이복순 시인

1957년 경기도 김포 출생, 2015년 [수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기여류문학 회원,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 글판 수상

KBS 성우협회 수원시 주관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 수상

길 위의 인문학상 수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서울 지하철 시민 창작시 선정, 수원문인협회 19대 부회장, 현 수원문인협회 이사,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 잠시 마음이 산란해 진다. 그리고 서러움과 슬픔이 엄습해 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나도 모르게 그렁그렁 눈물 맺힌다.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하여 노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은 이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통과 의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이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기에 더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른다. 시인은 아마도 노인요양원 봉사를 자주가나보다. 재능기부 형태로 동화 구연도 하고 오락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생의 철학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휴머니즘이 내재된 시를 생성해 낸 것이다. 치매는 성장과정의 어느 한 시점에서 모든 것이 정지된다. 시인은 이러한 정신병리학적 개념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1966년, 가수 김상희가 부른 낭만 포크가요 “대머리총각”은 당시 누구나 흥얼거리는 국민가요였다. 시 속에서 노래를 부른 어르신의 생각은 아직도 60년대 꽃다운 청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새드니스한 감성을 대머리총각이라는 노래로 반전시키며 독자들로 하여금 위안을 갖게 했다. 이것이 진정 시인의 몫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