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장, 홍길동님을 총무과 서무팀장에 임명합니다. 경기도테크노파크 원장!!!
공직이든 공공단체이든 인사발령은 깊은 관심이고 보람입니다. 발령장을 주는 기관장도 요즘에는 선거로 뽑히는 시장군수, 농협장, 수협장이니 상을 주면서 소통을 통해 다음번 선거를 기약하는 바이고 받는 이들도 승진을 하거나 좀더 기대되는 자리로 이동을 하는 발령이니 참으로 기분좋은 행사입니다.

그런데 발령장을 전달하는 행사는 관청이나 민간이나 참으로 과할 정도로 엄숙합니다. 왜 그런 전통이 형성되었는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발령장, 임명장을 전달하는 행사인데 공직에서는 이른바 ‘사령교부’라고 합니다. 임명, 해임 따위의 인사에 관한 명령을 사령교부한다고 합니다.
이미 결정된 인사발령장을 전달하는 요식행위인데 이처럼 엄중해야 하는가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기관장이 결재한 인사결정을 전달하는 종이 한장을 교부하는 일에 엄격함이 존재해야 할까요.
초임시절 발령날이 발표되면 인사부서에서는 오후 2시에 발령장을 준다면서 1시까지 4층 회의실에 집결하라 합니다. 더러 먼 곳에서 오느라 늦는 직원이 있지만 인사부서 공무원들은 일찍 온 직원을 잡고 연습을 시킵니다.
도대체 A4크기 결재판처럼 생긴 판속에 담긴 발령장 종이한 장을 전하는데 무슨 연습이 필요할까요. 문서를 주고 받는 일은 일상에서도 수없이 해오는 일인데 시장이나 국장, 부시장으로부터 종이 한장을 받아내지 못할까 염려하여 훈련을 하고 있는 인사부서 공무원도 딱한 일입니다.
유독 인사발령 행사에서만 이처럼 야단법석입니다. 물론 표창장을 전하는 경우에도 연습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인사발령 의식에는 오로지 공무원만 참석하게 되고 표창장의 경우에는 민간인이 함께하기도 합니다만 임용장, 발령장을 주고 받다가 다소간 어색한 일이 일어나도 뭐 그리 큰 사건이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대략 30여번 발령장을 받으면서 한 번도 그 행사가 즐겁지 아니했습니다. 승진발령을 받는 날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데 군대식으로 줄세우고 종이 한장 받아가는 것을 연습시키는 인사팀의 직원들이 미웠습니다.
마지막 명예퇴직 발령장은 시장님 실에서 단독으로 받았으니 사전연습이나 기다림이 없으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대부분의 발령장 행사는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은 후라서 두 번인가 공직에서의 발령장을 전달하는 행사를 흥미롭게 꾸며보았습니다. 우선 의료직으로 근무할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보건과로 오시라 해서 과장 앞에서 발령장을 전하고 그 자리에서 업무지휘를 받도록 했습니다.
다음으로 복지직렬 공무원 19명에 대한 발령장을 회의실이 아닌 사회복지과에서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인사팀과 함께 발령장을 준비해서 복지과로 가서 과장 책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작성된 명부와는 순서를 바꿔서 흩트리기로 했습니다. 발령장 2장은 과장님 책상 신문아래에 숨겼습니다.
흐트러진 발령장 맨위 것을 들어서 호명했습니다. 누가 불릴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름이 불리우면 앞으로 나와서 발령장을 받게 됩니다. 마침 사회과에 발령될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장이 전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임용장교부 행사가 끝나자 능청스럽게 임지에 가서 열심히 일하라는 덕담으로 행사를 마치려 합니다. 이때 2명의 임용후보자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아직 발령장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어찌된 일인가? 인사팀을 보면서 능청을 떨어봅니다. 그리고 신문아래 숨겨진 2장의 발령장을 이제야 발견한 듯 하면서 두 후보자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승자에게 먼저 발령장을 전하고 이어서 사령교부를 했습니다.
발령장을 주면서 당부말도 새롭습니다. 발령장에 적힌 근무부서로 가면 사무실에 7~8명이 줄을 맞춰 앉아있을 것인데 팀장에게 가지말고 총무팀의 맨 끝자리 직원에게 인사하고 발령장을 보이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선배직원이 안내를 할 것입니다. 불쑥 팀장이나 과장에게 신고를 하면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잘못은 아니지만 공직은 서열과 의전을 중시한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밖에는 여러분을 데려갈 차가 대기중이고 선배가 와서 잘 모시고 가서 열심히 일하도록 배려할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신규공무원 발령을 하면 그날 저녁에 삼겹살 회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직에 들어와 서먹한 기분을 풀어주고 내가 정말로 공직에 들어왔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부시장이 저녁을 사니 아마도 신규 공무원들은 나랏돈으로 사주는 줄 알 것입니다. 물론 첫 번 삼겹살은 법인카드로 계산하니 시민이 주신 예산으로 지출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맥주 500cc와 안주는 부시장 개인돈입니다. 신규 공무원들은 젊기도 하고 3수정도 고생을 해서 받아든 발령장이니 오늘은 집에 가지 않겟다는 각오인 듯 보입니다. 그래서 부시장 관사로 갔습니다. 미리 맥주 큰 병을 사들고 갔습니다.
동두천시에 근무할 때에는 관사에서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 동두천시청에는 당시 부시장 관사에서 노래를 한 공무원이 대략 7급으로 근무할 것입니다. 2011년의 일이니 공직 15년차입니다. 당시 노래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한 시정팀장도 공직을 퇴직하고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동두천부시장에서 1년 장기교육을 들어와서는 시청 신규공무원을 연수원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아내와 함께 이들을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했습니다. 이들도 14년차이니 7급에 올랐을 것입니다.
17년차 공무원중에는 수원집에서 교육원 교육을 받은 이들도 7명정도 있습니다. 이들중에는 사무관에 이른 발빠른 공무원이 많기를 바랍니다. 이미 7급때 교육받고 퇴직한 후배도 몇 명 있으니까요.
인사발령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풀고 일종의 소극적인 한풀이를 하기 위해 경기테크노파크에 근무하면서 30명 인사발령을 축제로 이끌어 냈습니다. 영진, 영전을 축하한다는 프랑카드를 1층 로비에 걸고 그 앞에서 발령장 전달행사를 했습니다.
줄세우지 않고 편하게 서서 기다리도록 했습니다. 법인카드로 음료수를 한 잔씩 돌렸습니다. 그리고 순서를 섞어서 경품행사 상품권 뽑듯이 한사람 두사람 발령장을 전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추가했습니다. 발령장을 읽지않고 발령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본부장이 전하기도 하고 함께일한 추억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발령장 교부를 마치니 모두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웃음끼 빼고 발령장을 전하는 논산훈련소 훈련장 같았던 임용식이 환하게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공서 간부들에게 이 같은 사례를 이야기하며 응용해 보라 권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방법이 없습니다. 인사과장이 시장에게 즐기는 축제같은 인사발령의 방식을 건의하지 못합니다. 기관장이 먼저 제안해야 가능한 축제입니다. 인사발령이 축제가 되는 그날까지 글을 통한, 언론을 통한 저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겠습니다. 어느 기관장님이 받아서 저작권 무료로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홍길동씨는 총무과에서 열심히 일하고 6급으로 승진하여 중앙동의 사무장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발령장을 시장이 직접 읽어주는 시대도 조만간 올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전이라도 인사과장, 인사팀장이 자유분망한 인사발령식 행사를 건의하는 원활함이 보여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