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 등록 2025.12.18 22:57:18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일곱번째 이야기

 

 

최근 방영 중인 TV 드라마 ‘모범택시’ 홍보 문구 중에 ‘죽지말고 복수하세요’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드라마는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라고 소개한다.

 

‘죽지말고 복수하세요’라는 말이 다소 거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얼마 전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저런 회사 있으면 좋겠다는 쌩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게 해결되면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야기는 각설하고, 우리들은 흔히 ‘죽겠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올여름 무더위에 ‘더워 죽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들었을 것이고, 곧 한파가 몰아치면 ‘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날씨 뿐 아니라 ‘지루해 죽겠다’, ‘따분해 죽겠다’ 등 일상의 많은 상황에서 ‘죽겠다’는 표현을 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런 일상의 상황에서 ‘죽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없다. ‘죽겠다’는 ‘어떤 상황을 참기 힘들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고 사용하겠지만, 극단적인 단어를 너무 쉽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만, 죽을 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극단적인 생각을 염두해두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결정은 본인이 하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주변에 힘들어할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배려하지 않은 나만의 이기적인 선택은 또 다른 범죄일 뿐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슬픔을 남겨주는게 뭐 큰 범죄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슬픔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슬픔의 감정 크기가 다르다. 흔히들 ‘호상’이라는 죽음도 남겨진 이들에 아픔으로 남는데, 예정되지 않은 ‘죽음’이 남겨진 이들에게 어떤 아픔을 안겨줄지는 당해보지 않은 이상 이해활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죽음 대신 복수를 말한다. 드라마는 통쾌하게 복수하지만, 현실에서의 복수는 불가능하다 생각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런 조력도 없을뿐더러 조력을 구할 수 없기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안쓰러워 할 뿐이다.

 

그럼 현실에서의 ‘복수’는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되레 간단하다. ‘죽지 말고 살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살’을 하려다 다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시 살다’는 결정 자체도 ‘자살’을 결정하는 것만큼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힘듦을 겪는다. 많은 사람들은 그 힘들을 이겨내고 다시 삶을 이어간다. 아예 멈추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 때 뒤를 돌아보자. 힘듦은 한 순간이지만, 행복 역시 삶의 수많은 순간에 함께 했었다는 걸 잊지 말자.

 

힘들 때 멈추는 것보다 잠시 고개 돌려 행복의 순간을 되짚어보자. 그럼 세상은 마냥 어렵고 힘든 곳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행복할 의무도 있으니까.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은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