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나발불기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출신 이강석

 

어느 기관이나 회사나 인사발령은 큰 관심사다. 드라마에서 보면 회사의 인사발령은 로비에 종이 몇 장 붙이는 것으로 발표된다. 사원들이 삼삼오오 기웃거리며 인사발령 A4 용지를 보면서 의외의 인물이 발탁되거나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의 영을 어긴 일로 해서 좌천되는 발령에 직원들이 호들갑을 떠는 장면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공직사회의 인사발령은 하나의 커다란 잔치였다. 인사발령이 나면 잘된 사람 신나서 한잔, 오리알 된 직원 격려하느라 두잔. 그래서 관가 주변은 인사발령으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며 당시에 근무중인 강원도청에서 모 직원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0명 인사발령은 7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도 있었다.

 

인사작업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많은 나날을 지낸 후 어느 날 오후 사무실의 차임벨이 울리면서 인사발령은 시작된다. 그 당시 인사 담당자가 수없이 바뀌어도 인사발령 멘트는 변하지 않았다.

 

“1987년 5월 30일자 인사발령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방송을 타는 순간 사무실은 물론 복도에 있던 직원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방송이 끝나는 순간부터 사무실은 분주해진다. 인사발령 나발을 부는 것이다.

 

인사발령지가 팩스를 타고 오가고 이것을 다시 복사하고 복사한 것을 팩스로 다시 보내면서 어느덧 여백부분까지 검게 복사되어 아주 희한한 문서가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전화를 들고 발령사항을 불러주고 축하전화를 주고 받는다. 말 그대로 전화통에 불이 난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발령장은 내일 받지만 성격 급한 과장은 주무계 차석을 불러 그날 저녁으로 송환영을 준비하도록 하고 전입될 직원까지 미리 불러 술을 권하며 단합을 과시한다.

 

그리고 발령장을 받은 당일 오후에는 근무지로 가는 직원을 후행하느라 간부들이 바쁘다. 아무리 멀어도 과장이 직접 직원을 태우고 임지까지 간다. 같은 사무실내 인사이동시에도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이 후행하는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같은 아주 보기 좋은 풍경이고 풍습이며 권장해야 할 전통이다.

 

곧 인사가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요즘 인사발령은 전자문서로 보내면 그만이다. 낭랑한 목소리의 인사부서 직원의 방송이 사라진 후 최소한 전자문서에 발령사항을 올렸다는 안내를 하던 서비스 조차 사라진 요즘, 그때 방송을 타고 자신의 이름이 불려 지기를 마음 조리며 기다리던 그때가 생각난다.

 

요즘에는 승진자를 미리 발표해 두지만 당시에는 발표 전까지 극비로 진행되는 인사여서 승진과 전보가 함께 이루어지므로 기다림의 가슴 두근거림이 더더욱 컷다. 이번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인지.... 하면서 오늘도 많은 공무원들이 전자문서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