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의 노래를 쓰려고 준비한 연필로 하얀 낙서만 잔뜩 합니다 자유를 외치는 군중에게 총을 쏘는 무자비처럼 쿠데타 같은 악문만 써 대다 암술머리에 꽃밥을 갖다 대어도 불안과 이상 반응 밑씨가 없어 씨로 발달하는 과정이 생략된 불량한 꽃에게 어울리는 병명은 뭔가요 성대를 꼿꼿하게 세우지도 못하고 엄마나 산파도 없이 혼자 태어나는 아가처럼 웁니다 통증은 악습이 쌓인 예로부터 온 건가요 나무가 없는 숲을 게워 버리는 저 새는 내 이름도 말해 주지 않네요 새도 자기를 모르는 중병에 걸리나요 가지는 종양 같은 기억을 헤집으며 쌓인 울음으로 혈전을 만들다 눈이 부시고 이 꽃밥 꽃부리는 옛 기억이 하얗게 내리는 유행 지난 장신구 같아요 겨울 속에 박힌 등장인물들을 차례차례 연필로 콕콕 찔러 죽입니다 봄바람에 기대어 이제 단잠을 좀 자고 싶어요 강순 시인 본명 강수원.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졸업.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십 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크로노그래프』가 있음. 경기문화재단 우수작가 창작지원금 수혜.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지원금 수혜. 현 수원
오늘은 6.25 그날 선열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흘린 피는 향락과... 혼돈 진영의 갈피속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한반도에서 같은 민족끼리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워야 했던 6.25전쟁이 일어 난지 73년이 되었죠. 약육강식의 체제에서 인간과 동물의 본능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전쟁은 사라질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서로의 눈치를 보며 피해가는 방법밖에 없는 노릇이죠. 자기의 힘과 자존심 자랑을 하게 되면 전쟁은 또 일어나는거죠. 전쟁은 서로가 피해야 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무기상의 농간에 농락 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강대국의 자존심에 우리가 휩쓸린다면 73년 전처럼 남과 북의 전쟁이 일어나고 그 전쟁터는 한반도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 민족이 입는것입니다. 전쟁은 서로가 눈치를 보며 피해 가는 것입니다. 지금 동구권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입니다. 보십시요! 자존심 지키려는 푸틴과 젤레스키 싸움에 힘없는 국민들만 처참한 죽음의 희생양이 되는 것입니다. 푸틴과 그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 들었습니까? 젤레스키와 그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들었습니까
벼랑 끝을 움켜쥔 바위 계곡의 이쪽과 저쪽은 잊은지 오래 너에게 향하는 마음에 북소리 훌쩍 뛰어올라 구름을 잡는다 구름 같은 말들을 손으로 잡지 말아야 했어 그것이 화엄의 뜻은 아니어도 발아래 펼쳐진 대지의 녹음 외줄 위의 평원이 세상의 전부라 했어 북이 운다 눈물 없는 울음을 운다 솟아야 산다 허공에 발을 디뎌야 산다 흘긋 내려다본 외줄에 나뭇잎 없는 숲이 울창하다 부채를 펼쳐 허공을 찢어 길을 내야 해 바람을 가르고 뻔은 외줄기 길 자박자박 걸어가는 부처손 같은 너 이복순 시인 1957년 경기도 김포 출생, 2015년 [수원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기여류문학 회원, 수원시 버스정류장 인문학 글판 수상 KBS 성우협회 수원시 주관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 수상 길 위의 인문학상 수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서울 지하철 시민 창작시 선정, 수원문인협회 19대 부회장, 현 수원문인협회 이사,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시작메모- 이 시를 읽다 보면 슬픔과 공허함이 동시에 엄습해 온다. 멀리 떠나버린 친구를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이 행간마다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벼랑 끝을 움켜쥔 바위에서 시적 모티브를 착안했다. 즉 어느 한 지인이 절박한 상황
하나는 목에 걸고 다니고 하나는 출입문 옆 화분 아래 또 하나는 누이동생 전화 안 받으면 우리 집 문 열어봐라 오래돼 썩은 둥치 하나 있으면 내다가 불태워 버려라 이성수 시인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 『눈 한 번 깜빡』이 있으며 문학동인 빈터회원이다. 「출판저널」기자생활을 시작으로 여러 잡지사에서 일했으며 ‘푸른시민연대’ 문해자 시 교실 자원봉사를 계기로 어르신들 시 강의와 갈매책방 상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작메모- 짧지만 옹골찬 시다. 이 시를 시집 『눈 한 번 깜빡』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현기증이 났다. 7줄의 행간 속에 생을 마감하는 소멸 과정이 담겨 있으니 이 시는 누가 뭐라도 절창이다. 고독사에 대비한 ‘노인의 열쇠 세 개’ 이 어르신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고 가족에게 짐으로 남길 희망하지 않고 있다. 죽음은 어느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우리는 늘 많은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살아간다. 부모형제, 이웃, 동료, 상관의 죽음 등. 죽음의 형태는 자연사, 병사, 사고사 등 다양하지만 아무도 죽음
바람 따라 날 던 새 바람 속에서 잠을 잔다 바람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 아무르표범의 포효처럼 하늘 향해 소리 낸다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이 꾸역꾸역 자라나고 새들은 구름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저 빌딩 숲의 나무들이 구름마을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평화롭던 새들의 마을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구름이 모여들고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출렁거리던 검정 구름이 비를 토해내고 있다 가여워라. 우산 없이 걷는 허리 굽은 사내 순간 급히 무지갯빛 날개 펼치며 우산이 되어 주는 저 새 아름답다.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일간지에 ‘노랑부리 백로’ 등을 발표 작품 활동 시집 『말 못 하는 새』가 있으며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행정부원장 -시작메모- 요즘 세상을 보면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다. 더러는 러시아 연해주와 아무르강 강가의 표범이 포효하는 것과 같은 폭풍도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크건 작건 바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바람의 상징성은 일종의 풍파다. 아무리 온실 속이라도 바람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지 않다. 먹고 사는 것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바람
벼랑에서 꽃은 웃고 있다 절벽을 삼킨 천진난만 꽃의 가슴을 열어보라 곳곳에 유리조각처럼 꽂혀 있는 벼랑 조금만 흔들려도 우수수 쏟아져 내릴 붉은 발자국들 절벽을 열고 꽃이 들어간다 대롱대롱 줄에 매달려 빌딩의 얼굴을 닦고 있는 사내 오전 내내 정신지체 아들의 벼랑을 끌어안고 이쪽저쪽 문질러도 꽃피지 않는 절벽 닦고 닦아도 시도 때도 없이 질질 흘러내리는 웃음 대책 없이 아무 때나 피어나는 벼랑을 떼어버린 꽃을 들고 수로부인이 지나간다 꽃들이 아등바등 물고 있는 절벽 피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벼랑을 끌어안고 웃고 있는 꽃 늙은 소가 빌딩을 등에 지고 귀가하여 긴 골목을 잠근다 더 이상 웃음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홍일표 시인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중세를 적다』와 청소년시집 『우리는 어딨지?』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사물어 사전』을 펴냄. 제16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賞 수상. -시작메모- 세상의 사물은 모두가 꽃이라 할 수 있다. 꽃들은 슬픔에 잠겨 울기도 하고 기쁨의 충만으로 웃기도 한다. 벼랑에서 핀 꽃이 웃고 있다. 벼랑은 우리의 삶에 있어 하나의
이젠 채우기보다 꺼내 베풀어야 할 때에야 옆구리 터져 너덜너덜한 지갑 푼돈 몇 푼으로 견딘 허기진 세월 불평불만 한 번 뱉지 않고 묵묵히 동거해온 지가 어언 20여 년 아비는 지갑의 신하가 되지 못하고 아비는 지갑을 잘 모시지 못하고 아비는 그래서 가난한지 지갑을 선물 받을 때 배부른 지갑이 되어달라는 뜻이었겠지만 정작 너를 위해서는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지갑 인제 그만 버릴까 말까 하다가도 딸내미 얼굴이 어른거려서 한참을 만져본다 나석중 시인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저녁이 슬그머니』 『목마른 돌』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풀꽃독경』 『물의 혀』 『촉감』 『나는 그대를 쓰네』 『숨소리』, 미니시집(전자): 『추자도 연가』, 디카시집(전자): 『라떼』 『그리움의 거리』,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1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면의 세계를 곱씹어 보면 온 몸이 후끈거리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화자는 나이가 지긋한 시인이다. 그야말로 한 푼이라도 모으며 안달 떠는 젊은 시절보다는 이제는 물심양면으로 베풀며 살아가는 황금빛으로 물든 인생인 것이다
외눈박이 청솔모가 잣 한 송이 물고 전깃줄 위를 아슬아슬 건너간다 중간정도 갔을 때 소나기 한줄기 퍼붓는다 잣송이를 놓일세라 이 악물고 기어간다 삼분의 이 정도를 지났을까 또 한 번 몰아치는 거센 바람 잠시 주춤거리며 머리 숙여 바람 피하고 있다 순간, 한줄기 회오리바람에 툭, 잣송이 계곡으로 떨어졌다 전깃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청솔모 그네처럼 흔들거린다 떨어진 잣송이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온 힘을 다해 계곡으로 몸을 날린다 잣송이를 입에 문 청설모 입가에 선혈이 낭자하다 피 묻은 잣송이를 사이에 두고 새끼 청솔모들 정신없이 잣 알 빼먹고 있다 외눈박이 청솔모 자식들의 먹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깡마른 등줄기 따라 땅거미 몰려오고 있다. -시작메모- 우리가 어릴 때 아버지의 존재는 어떠했는가? 비바람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번쩍 거리며 굉음을 내도 아버지만 곁에 있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도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자식들의 먹잇감을 위해 일 할 때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비굴해지기도 하고 건설 공사현장에서는 목숨을 바쳐 먹잇감 사냥을 한다. 직장 상사가 뭐라 해도 실직 될까 두려워 자존심 죽여 가며 오직 처자식 생각으로 허리 구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