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겸
출생 : 1957년 경기 화성(본명 정승렬)
경력 : 경기도청 근무
등단 :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집 :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수상 :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가 가출했다 실종신고 석 달 만에 돌아온 것은 달랑 유서 한 장이었다 검은색 비닐 봉투 속 꼬깃꼬깃 접혀 있는 색 바랜 종이에는 농협 통장의 비밀번호와 '늘 바람과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 온 늙은 몸 손자에게 티비 채널권 빼앗기고 애완견에게 밥 먹는 순서마저 빼앗겼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낡은 리어카에 파지를 차곡차곡 싣고 힘겹게 언덕을 넘어가는 어르신, 80살은 족히 되어 보인다. 깊이 팬 이마의 주름은 굴곡진 우리나라의 역사 서적과 같다. 이 세대의 아버지는 한 가정의 기둥이었고 대한민국의 구세주였다.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만나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을 겪고 4.19혁명을 겪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제 하에 저임금과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이 나라를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이끈 산 증인이요 주인공이다.
걸산마을에서 기다림 하늘 공주가 진주를 잃었다 장수가 지상에 내려와 공주의 진주를 찿으려 이리파고 저리 파고 손자국은 산줄기가 되고 발자국은 호수가 되었다 그 중 엄지 손가락이 만든 마을 걸산동은 태초에 더 높은 산이었다 지금은 산이다 둥굴게 감싼 산자락에 자리한 집집집 한눈에 보이는 집은 다섯채 사는 이 보이지 않지만 주민등록 들여다보니 124명 면적설명에 비교되는 여의도의 3배반 크기라는데 여의도 사람수 34만명 오늘 우리는 걸산동 새아기 탄생을 기다리고 타이탄 짐 싣고 귀농하는 청년을 보고싶다 하늘나라 공주의 귀환을 기다린다 1박2일 4가족의 자연친화 걸산체험을 권고한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파도소리와 뱃고동소리가 헝가리무곡 5번을 연주하듯 빠르게 혹은 느리게 들리는 오후 갈매기들은 은유의 광장에서 출렁이는 붉은 연꽃 밭을 노래한다 한때는 빛과 어둠사이를 오가며 노을과 도리섬 등대를 사랑했다밀물이면 밀물이어서 좋다썰물이면 썰물이어서 좋다 사랑도 그리움도 떨어진 꽃잎 되어밀물과 썰물 따라 이리 저리 흩어진다파도는 푸른 꽃대 세우며 하얀 물꽃을 여기저기 피우고 있다 고깃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궁평항에서 수평선 위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 본다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세상사 모든 시름 날려 버린다 이제 5만 년을 달려 온 별빛을 따라 호모 사피엔스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헝가리무곡 5번은 우리 귀에 익숙한 무곡이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브람스가 헝가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연주 여행을 하면서 1869년 헝가리의 무곡을 모아 편곡하여 발표했는데 그 중 한 곡이다. 영화 '과속 스캔들'과 '4월
수업 종이 울린다. 누구도 암흑의 시월이 올 줄 몰랐지. 미술 시간은 그 시절 제일 난처한 시간이었지. 스케치북 없어 교실 뒤편에 통금시간처럼 앉아 있던 미술 시간 선생님은 수업 시작과 동시에 준비물 검사를 했지. 눈 지그시 감고 생각하면 예닐곱 명은 대 뿌리에 손바닥을 갖다 댔지. 선생님은 한쪽 손으로 늘 때렸지. 우리는 원 밖에 있었고 선생님의 한 손은 늘 바지 속에 있었지. 후끈거리는 손으로 짝지와 장난을 쳤지. 주로 육성회비 못 낸 얘들 사정없이 없는 돈 가지러 집에 보냈지. 아무도 없는 집 가져올 돈 없는 집에 있다가 미안하고 미안해서 며칠 수업과 헛돌고 있었지. 시월의 호각 소리에 골목으로 뛰어드는 아이들도 교사들도 무기력했지. 준비물과 육성회비 때문에 늘 원밖에 머물렀지. 그래도 아이들은 알고 있었지. 암흑 속 도드라지는 건 군화와 표어라고 당신의 무기력한 손도 늘 원 밖에 있다고 그러기에 아이들은 아무런 반항 없이 미술 시간에 암흑과 원이라는 걸 배웠지. 지금 내 손바닥을 붉게 때리네. 갈까마귀 울음 같은 검은 종소리가 박우담 시인 1957년 경남 진주출생 2004년 《시사사》 등단, 《시와 환상》 주간, 제2회 형평문학상 지역문학상 수상 시집
색깔 영롱한 이름도 없는 새 날갯짓 거두고 은사시나무위에 함초롬 앉아 있다 뒤돌아보니 밤새 날아 온 흔적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 숨을 돌리는 사이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나뭇가지는 고요히 앉아 있는 새를 흔들고 있다 숲속은 어느새 소란해지고 새는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삶은 비와 바람과 햇볕과 달빛 그리고 별빛과 몸 비비며 사는 것이라지만 스산했던 숲은 모르는 사이 잡초 우거진 늪이 되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홀로 있고 싶은 새 오늘도 이 골짜기에는 풍향을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어 왔다 기도를 위해 두 손 다소곳이 포개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김재자 시인 경기화성 출생, 시집 『말 못하는 새』가 있으며 문예지 및 일간지에 작품발표, 글샘동인, 현재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 시평(詩評) 새는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날개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인간을 새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시인은 이러한 시적 비유법을 응용하여 본인이 겪었던 일상적 일화를 우회적으로 시로 승화시켰을지도 모른다. 오직 일에 열중한 새 한 마리는 평생을 앞만 보며 수만리를 날아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날아왔던 흔적, 즉 공적(功績)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천 년 동안 왕 노릇하는 하늘나라 가는 기도를 하였다 그의 기도는 천국으로 매일 다가가게 하였다 그는 하늘나라 향한 마음뿐이었다 회개하지도 않았다 남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첨탑의 종소리보다 빠르게 그는 승천을 하였다 그곳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곳이었다 천국으로 간 사람들은 없었다 풀 한 포기 없는 곳이었다 천년을 그곳에서 그는 살아가고 있다 이종만 시인 1949년 경남 통영 사랑도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찰나의 꽃』이 있다.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찰나의 꽃』 선정, 2021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지원금과 제24회 천상병시문학상을 받았다. -시작메모- 이종만 시인은 자연과 함께하는 시인이다. 어쩌면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건네주는 선물로 살아가는 양봉시인이기도 하다. 40여 년간 양봉을 생업으로 종사했으며 평생 꽃과 벌을 벗 삼아 살아왔다. 그의 시속에는 자연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그가 엮어 낸 시집에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만 하는 법과 원칙이 담겨 있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시의 행간 속에 숨겨 놓았다. 「천년」이라는 시를 보자, 천년이라는 긴 세월은 자연의 순리를 거
고향집 늙은 밤나무 홀로 지키는 할머니, 어느 날 수원에 살고 있는 손자가 너무도 보고 싶었대요.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는 학교다, 학원이다, 과외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설날과 추석, 일 년에 두 번 밖에 볼 수 없었대요. 문득, 말티즈를 좋아하는 손자 생각에 사강장에서 한 마리 사왔대요. 그리고 말티즈 한 마리 사왔노라고 손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 주 토요일 당장 내려오겠다고 환호성을 질렀대요. 툇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의 별을 세던 할머니,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손주에 상처를 입었지만 손자 따라 내려오는 아들 생각하니 초승달이 보름달로 보였대요.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이 시의 모티브는 농촌에 사는 연로한 어르신이다. 금년 4월, 통계청은 농촌의 65세 이상 농가에 대한 고령인구 비율을 2022년 기준 49.8%로 발표 했으며, 2023년에는 약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고령인구 비율 18% 의 3배 가까
가느다란 발가락으로 지구를 공처럼 굴리던 소똥구리는 어디론가 실종됐다 광막한 우주, 드높은 하늘 바탕에 힘차게 빗금을 그어 대던 별똥별같이 어두운 밤 골목을 떠돌며 깜박깜박 신호등처럼 불 밝혀 날던 반딧불이도 사라졌다 개구리 울음과 귀뚜라미 소리는 점점 가느다랗게 줄어들고 뻐꾸기 노래, 소쩍새 울음이 아득하다 산길 들길 좁은 길을 갈 때마다 앞장서서 인도하던 길라잡이는 도대체 어디로 납치된 걸까? 우리 곁으로 공룡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방사선 우라늄에 취한 흰 돌고래가 위험하다 포획되는 밍크고래가 몹시 위험하다 멸치 한 마리가 방사능에 위험해질 때 오늘 나와 당신의 식탁이 위험하다 찾아와야 하는데, 찾아야 하는데 불러도 도무지 대답 없는 것들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 많은, 사라진 것들의 주소를…‥ 이복현 시인 전남 순천 출생. 1999년 대산창작기금(시 부문)을 받고, 같은 해 『문학과의식』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1994년 《중앙일보》 시조 장원, 1995년 《시조시학》을 썼고, 신인상으로 등단. 『사라진 것들의 주소』 등 4권의 시집과 시조집을 출간. 아산문학상(시), 시조시학상(본상) 등을 수상. 대산창작기금, 서울문화재단,
대추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二十里길을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날 이쁜이는 대추을 안준다고 우렀다 절편같은 半달이 싸리문우에 돋고 건너편 선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방울이 지꺼리는 소리가 고개를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찹쌀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노천명 시인 황해도 장연출생, 1912년~ 1957년(향년 45세),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 졸업, 조선중앙일보와 서울신문 기자, 부녀신문 편집차장 수필집 『산딸기』, 『나의 생활 백서』, 『여성 서간문 독본』, 『사슴과 고독의 대화』 시집 『산호림』, 『별을 쳐다보며』, 『사슴의 노래』 등 -시작메모- 올 추석은 사상 유례 없는 6일간의 긴 추석 연휴다. 이맘때쯤이면 각 매스컴에서는 추석 중후군 이라는 이색적 병명을 가지고 토론과 논제를 삼아 곱씹는 장면이 왠지 눈에 거슬린다. 이제 코로나 감염병도 풀렸으니 금번 추석은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최고조에 이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성인 남자들은 추석에 쓰일 경비 걱정이며, 모처럼 만나는 시골의 일가친척들에게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 하는 걱정, 또한 고향이 멀리 있는 분들은 고향으로 가는 교통편을 어떻게 해결해서 가
코로나19를 못 버티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김씨 눈치 싸움에 밀려난 귀농 초년생이다 얼떨결에 고추 배추 호박 백화점식 농법에 아직은 혼란하다 튼실하게 올라온 고추모 배추 호박모의 작은 숨소리 이랑에 가득하다 병들고 나약한 어린 모를 찾아 솎아내기 한창이다 새싹들은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웃음으로 세상에 화답하고 있다. 눈동자와 색깔의 빈도에 따라 퇴출 대상이 결정된 순간 가느다란 잎사귀는 작은 경련 일으킨다 병든 녀석과 허리가 굽어진 놈 뽑을까 말까 망서려 진다 시베리아 바람을 몰고 다니던 인사부장이 실루엣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 눈은 어느새 악어의 눈을 가진 인사부장 눈을 닮아가고 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솎음질 한창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산다는 것은 어쩌면 고달픈 여정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주기적 생애에서 별의 별 일을 다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코로나19와 3년 넘게 싸우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코로나와의